2009 세계일주 배낭여행/남미

2009_07_10 볼리비아_우유니 : 인간에 대한 예의와 간격

에어모세 2009. 7. 16. 22:12


오늘은 드디어 우리의 볼리비아 마지막 일정인 우유니(Uyuni)로 간다.


많은 여행자들이 볼리비아에 어렵사리 굳이 비자를 받아가며 입국하는 이유가
바로 우유니에 가기 위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라파스로 입국해서 원을 그리 듯 시계방향으로 볼리비아의 주요 도시들을 돌았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라파스에서 우유니를 목표로 바로 아래로 방향을 잡는다.


우유니로 오늘 들어가면 저녁이 될테니
일단 하룻밤을 보내고 내일 투어를 알아 보고
내일이나 모레 투어를 시작해 3-4일 후 칠레로 넘어 갈 예정이다.

 


우유니 행 버스 터미널 역시
현지인들과 여행자들이 엉켜 북새통이다.
현지인들은 현지인대로 여행자들은 여행자들대로 뭔 짐이 그리 많은 지...
어차피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 쓸텐데도 배낭을 잘 털어 짐칸에 밀어 넣는다.

 


포토시에서 우유니 가는 길은 도로 상태가 안 좋다고 익히 들었다.
지도상의 거리 대비 실제 운행시간이 그것을 잘 말해준다.
지도상의 거리는 그다지 멀지 않지만 버스는 6-7시간 걸린다.
비포장인데다 고원의 계곡과 사막지대를 구비 구비 오르락 내리락 달린다.


가는 도중 가끔 인가가 뜨문 뜨문 있을 뿐
황량한 사막 지형이 이어진다.


장거리 버스는 도중에 나오는 마을에서 화장실도 가고 간식도 사고 그러기 위해 쉬기도 하는데
마을이 없어서 그런지 지금 이 버스는 황량한 벌판 한 가운데 섰다.
황량한 벌판 한 가운데 황당한 상황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남자들은 차 주변에, 여자들은 좀 더 멀리 나가 볼 일을 보고 온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이 상황에서는 부끄러울 일도 아니고 극히 자연스럽게들 서로 받아들이는 듯 했다.
그나마 최소한의 예의는 서로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무관심해주는 것이다.

 


당연히 사람은 혼자 살 수 없고 서로 관계를 맺고 여러 단위의 사회를 이루고 살아 간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엔 일정한 간격이 필요하다.
공간적인 개념은 물론이고 최소한의 인격적인 경계가 요구되어 진다.
자신만의 것을 간직하고 유지하는, 즉 타인에게 드러내지 않는 자신만의 세계가 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 심지어 부부라고 할 지라도 그 공간에 의한 간격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 간격이 사람과의 관계를 완충시키며 원만히 유지시키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상 말한 것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보편적인 일상에서 그러하다.
현재 장기 여행 중인 상황에서는 그 간격이 아주 좁아지거나 깨져버릴 수도 있다.
머물지 않고 계속 도착과 떠남이 반복되는 길 위에서의 생활은
상대의 공간을 침범하기도 하고 자신의 공간을 드러내게 되기도 한다.


아내와 난 여행 전보다 여행 중에 더 많이 다투게 된다.
서로를 고스란히 드러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의 속 좁음이 나의 성급함이 나만의 공간에 차곡차곡 감춰둔 치부들이 여지없이 들춰지고 만다.
24시간 함께 붙어 있으니,
숨 고를 시간도, 반추할 시간의 완충없이 즉흥적인 반응을 일삼는다.


좀 더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생리적인 차원에서도 그러하다.
항상 함께 붙어 있는 길 위에서의 생활은
서로의 땀내새는 물론이거니와 서로의 입냄새를 맡아야 하고,
서로의 방귀 소리를 들어야 하고 심지어 노천에서 볼 일을 볼 때 상대의 망을 봐주기도 한다.


인간에 대한 예의와 간격은 잠시 유보되어 지고,
서로의 고유의 공간을 무례하게 침범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덜컹거리는 버스 안에서
내 생각도 덜컹거리는 지 두서 없는 생각들이 꼬리를 문다.
창밖이 어두어 지는 것을 봐서 우유니가 가까이 오고 있는 것 같다.
얼른 생각을 나름 정리해 본다.


당연히 아내는 나에게 가장 친하고 각별한 존재이고,
지금 현재는 유일한 길동무이다.
이런 경험이 우리에게 더 높은 차원의 관계로 승화되어지길 기대한다.

 


우유니에 도착했다.
벌써 캄캄한 밤이 되었고, 작은 마을이지만
여행자들로 가득하고 마침 마을 축제가 있어 마을은 활기에 넘친다.
일단 숙소를 잡고, 투어 사무실이 늦게 까지 문을 연다길래 시내로 나왔다.
아내가 입수한 정보를 가지고 괜찮은 투어 회사를 정했다.


바로 내일 오전에 출입국 관리소에서 13일자 출국 스탬프를 받고
오전 11시에 출발,
우유니 소금 호수를 돌아 보고 1박,
알티플라노를 돌아 2박,
알티플라노를 일부를 들러 칠레로 넘어가는
1인당 80달러에 2박3일의 일정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