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세계일주 배낭여행/남미

2009_08_04 아르헨티나_부에노스아이레스 : Casa de Pancho

에어모세 2009. 8. 17. 05:32


우리가 그 냥반을 만난 건,
한달 반 전 쯤, 볼리비아 라파스에서 이다.
시내 한 식당의 옆 테이블에서 서로 식사를 하다 우연히 만났다.


남미를 배낭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누구나 그를 통해, 그의 사이트를 통해, 그가 운영하는 숙소를 통해,
알고 있고 도움을 얻는 그런 사람이다.


그래서 그랬는지 우리는 마치 연예인이라도 만난 것 처럼 반가웠다.
그날 오후나절 내내 그와 얘기를 나눴고
나보다 나이가 어리지만 일찍이 여행을 시작했고 여행을 많이 한 사람의 내공도 느껴졌지만,
여행에 대한 내공보다는 그의 순수한 생각과 꿈을 듣고는 많은 걸 느끼기도 했었다.

 


지금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머물고 있는 우리의 숙소는
그 때 그 냥반이 운영하는 곳이다.


여행이 좋아 여행을 시작했고
남미가 좋아 남미를 떠돌다 급기야 이 곳에 터를 잡고
배낭여행자를 위한 숙소를 열었다.


이 곳은,
아무리 호텔보다 저렴한 배낭여행자들을 위한 숙소라고 하더라도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여타의 호스텔과도 분명 구분된다.


우선 가격에 있어서,
시설이 많이 노후되긴 했지만, 1인당 하루 15~20 페소로 매우 저렴하다.
우리 돈으로 5~7천원 정도이다.
가난한 배낭여행자들의 부담없는 쉼터가 되길 진정으로 바라는 그의 지침이다.


그는 여기 없다.
그 대신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거주하는 한국 청년이 관리하고 있는데, 그 또한 다른 직업이 있다.
여행자 중 좀 오래 머무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관리하게 된다.
그러니 모두가 손님인 동시에 관리자가 되어
같이 청소하고 같이 밥해 먹고 하는 여행자 공동체가 성립된다.
바로 그의 꿈이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같이 밥을 먹고 술을 마실 때, 당연히 비용을 각출하지만
강제적이지 않고 자발적이라는 측면에서,
그리고 기본적인 부식은 완전 자발적으로 알아서 부담하게 되는데,
무임승차가 계속 있었을 지도 모르지만 원활히 운영되고 있다고 하는 점에서
가장 이상적인 배낭여행자의 쉼터임에 틀림없다.

 


이기적인 인간의 본성에 의해 움직이는 자본주의 경제체제 하에서,
영리를 염두하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사익을 배제하고 공익을 위한 좋은 시스템도 그 것을 이용하는 이의 사익에 의해 훼손되기 쉽상이다.
도덕적 해이와 무임승차는 이제 윤리적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인간 본연의 모습이다.


그래서 어쩌면,
능력에 따라 생산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하는 이상적인 공동체 사회를 이루기 위해,
힘으로 제도를 변화시키려 했던 공산주의는 사라질 수 있어도,
끊임없이 인간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종교는 계속될 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


암튼, 이 실험이, 아니 실제 운영이 얼마나 지속될 지 걱정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체게바라를 흠모만 하는 누군가나, 혹은
남미의 정치적인 문제를 지적하며 분배구조를 걱정만 하는 누군가 보다는 훨씬
가치있고 순수한 실천적 운동임을 확신한다.


지난번 그와 얘기를 나눠보니,
그는 체게바라를 추종하는 이도 아닌 것 같고
정치적, 경제적 불평등을 비판하는 시야를 가지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저 사람 좋아하고 여행 좋아하는 순박한 사람인 것 같다.


그의 생각과 그 실천이
그 어떤 이의 떠벌리는 입보다, 관념에 머무는 생각보다도,
세상을 조금씩 바꾸고 아름답게 만들어 갈 것을 믿는다.
신의 존재에 대한 신앙적인 믿음은 이러한 이상에 대한 믿음으로 완성됨을 또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