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을 맞아 교회를 가기로 하고,
일명 백구촌이라 불리는 한인이 많이 모여 산다는 지역을 찾았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아니면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한적하고 조용하다.
지리를 잘 몰라 그냥 버스에 내리지 마자 눈에 바로 띈 한인교회에 들어 갔다.
역시나 환대해 주신다.
예배를 마치고 점심애찬에 함께했다.
아르헨티나 답게 도가니가 아낌없이 들어간 고깃국의 맛이 일품이다.
글자 그대로 감동의 도가니탕이다.
음식의 맛 뿐만 아니라 따뜻한 대접 또한 감동이다.
식사를 마치고도 우리를 뺑 둘러싸고 모여 앉아 많은 관심을 보여주신다.
우리의 여행에 관한 질문부터 자신들의 이민생활까지 많은 얘기들을 쏟아 내신다.
오랜만에 한국에서 온 여행자에게 보내시는 관심과 애정에,
그들의 이민 생활에 대한 애환과 고향의 향수가 짙게 배어난다.
이제 그만 우리가 자리를 뜨려하니
목사님께서, 이 곳 아르헨티나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면 꼭 연락하라고 연락처를 쥐어 주신다.
너무 너무 고마울 뿐이다.
더듬 더듬 물어 물어 버스를 타고 라보카(La Boca) 지구로 갔다.
아르헨티나는 끝없는 평원위에서 생산되는 곡물과 인구보다 훨씬 많은 소로 인해
19세기에서 20세기 초까지 세계의 식량창고로서 번영을 누리다가
쇠퇴의 길로 접어들어 어려움을 겪었고 다시 옛날의 영화를 찾으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보카 지역은 아르헨티나 번영의 상징이었다가 쇠퇴의 상징이 되어버린, 최초의 부에노스아이레스 항구가 있던 곳으로,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처음 정착했지만 도시 빈민으로 전락하고 말았단다.
그들의 애환과 향수를 달래기 위한 음악과 몸짓에서 탱고가 탄생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 곳을 탱고의 고향이라고 부른다.
유럽 이민자들에 의해 세워진 부에노스아이레스 전체가, 어쩌면
자신들의 고향 유럽을 그리워 하는 향수로 가득 차 있는 지도 모르겠다.
자신들이 남미인이라기보다는 유럽인이라고 생각하는 듯한 정서, 건축양식, 전반적인 문화 등등
처음 찾은 곳은 보카주니어 스타디움이다.
보카 지역 노동자들의 압도적인 응원을 받고 있는 축구팀 보카 주니어스의 홈구장이다.
시즌이 아니어서 축구경기를 직접 볼 수 없다해도
기념품 상점마다 틀어 놓은 녹음된 응원 소리에 그 열기가 느껴진다.
비록 한 시즌만 소속되어 있었지만 마라도나가 사랑하는 팀이라고 해서 그런지
이 곳에서 마라도나는 영웅이나 다름 없는 것 같다. 곳곳에서 그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어서 카미니토(Caminito) 로 갔다.
보카를 사랑한 또 한 명의 사람, 화가 킨케라 마르틴(Quinquera Martin).
자신의 그림이 고가로 팔리자 그 돈으로 보카에 학교와 미술관을 지었다고 한다.
그의 아이디어로 꾸며진 화려한 거리에
매주 주말이면 그를 본받으려는 화가들이 모인다.
주말이면 화가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드는데
카페에서 거리에서 탱고춤을 추는 이들이 사람들을 시선을 붙잡는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오래전 고향을 떠난 이들의 애환과 향수가,
아이러니 하게도 고향을 잠깐 떠난 여행자의 입과 눈을 즐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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