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세계일주 배낭여행/남미

2009_08_07 아르헨티나_칼라파테 : 결국, 우리는 외국인...

에어모세 2009. 8. 23. 04:45


아침에 서둘러 준비를 하고 나가려는데
옆방 친구가 아침식사를 차려 놓았다.
그저 밥 한 그릇에 간단한 국 한 가지이지만
어제 새벽까지들 놀아 피곤할텐데도, 떠나는 이들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 먹여 보내려고...
새로운 곳으로 향하는 설레임과 떠남의 아쉬움이 교차하는 눈물(?)의 아침식사 시간이다. ㅋㅋ


택시를 타고 공항에 도착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는 한국의 서울처럼 국제공항과 국내공항이 다르다.
에세이사 국제공항은 시외곽 멀리 있지만 호르헤 국내공항은 시내와 아주 가깝다.


이미 웹체크인을 했기에
짐만 붙이려고 수속을 했다.
그런데 직원이 우리의 여권과 프린트해간 보딩패스를 훑어 보다가
란항공 사무실로 데리고 가서 자기네들끼리 뭐라 뭐라 한참 얘기하더니
결국, 우리에게 추가 요금을 요구했다.
우리가 외국인 요금이 적용되어야 하는데 내국인 요금으로 티켓을 구입했으므로,
그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황당할 때가...


조금 흥분해서 영어가능한 직원을 붙들고 더듬더듬 따졌다.
도저히 통하지가 않는다. 규정이 그렇단다. 이미 아르헨티나 버젼 사이트에 공지되어 있단다.
우리 둘의 추가 요금이 440페소(120불) 여서, 결국 합계 550불 정도되는 셈인데
보통 1,000불을 호가하는 외국인 요금과 비교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건 그렇고, 분이 삭여지질 않는다.
짐을 붙여 놓고 안되겠다 싶어, 수속하는 직원에게 사무실이 어디냐며 화를 냈다.
인터넷 사이트는 영어를 알던 모르던, 스페니쉬를 알던 모르던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인데
힘겹게 사전 찾아가며 기껏 예매했더니 한 귀퉁이에 써놓은 규정을 빌미로 그럴 수가 있느냐...
이 내용을 영어로 어떻게 말해야 할 지 생각하며 씩씩거리며 란항공 사무실로 갔다.


그 순간, 아내가 냉정하게 나에게 한 마디 했다.
언어가 짧은 내가 한바탕 소동을 피운다고 해서, 우리의 요구대로 될 지 안될 지도 모를 뿐 더러
이후에 한국인 여행자에게는 더 까다롭고 완고하게 대할 것이라는 것이다.
어차피 추가 요금을 지불해도 평균 요금보단 저렴하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니 일리가 있는 말이다.
다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시계를 보니 시간이 없다.
그냥 발 길을 돌려 추가요금을 지불하고 게이트로 뛰어 들어 갔다.

 


한국으로부터 지구 반대편 남반구,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이 곳에서 다시 비행기를 세 시간 넘게 타고 더 남쪽으로 향한다.
지구의 최남단, 남극과 가장 근접한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
지구의 땅끝 마을로 불리는 우슈아이아에서 그리 멀지 않은
바로 칼라파테(Calafate) 에 도착했다.


계절상 한 겨울이고,
남위 50도가 넘는, 남극에 근접한 지역이고,
빙하로 유명한 곳이므로 몹시 추울 것이라며 단단히 각오하고 왔건만
깔끔하고 차분한 칼라파테는 추적 추적 내리는 비에 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