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세계일주 배낭여행/유럽

2009_11_02 프랑스_파리 : 박마담, 베르사이유와 몽마르뜨를 거닐다

에어모세 2009. 11. 13. 20:48

 

숙소에 함께 머물고 있는 친구가

오늘은 베르사이유 궁전이 휴관이라고 분명 얘기해줬음에도 불구하고

책자에 언급이 안되어 있으니 열 것이라고 생각하고 박마담과 나는 베르사이유로 향했다.

 

파리를 벗어나 1시간 정도 기차(전철)를 타고 가서 보니

역시나 베르사이유 궁은 휴관이다.

하지만 베르사이유 궁의 정원은 개방되어 있다.

오히려 잘 됐다 싶다.^^

 

 

 

 

들어가보진 못했지만 겉만 봐도 궁전의 규모와 화려함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보다, 궁도 궁이지만

베르사이유 정원은, 정원이라 부르기도 뭐한...

실로, 엄청나다...

태양왕이라 불린 루이16세의 강력한 왕권이, 아니 그 무식함이 실감난다.

 

그 무식함으로 이미 프랑스 혁명의 씨앗이 발아되었고

급기야 후대 루이18세와, 합스부르크가에서 온 그의 아내 마리 앙트와네트는

파리 콩코드 광장의 단두대에서 처형당했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역사란 아이러니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강력한 왕권과 교회권력 아래에서 민중들이 신음하며 살았던 중세 암흑기에

그 민초들의 피와 땀의 노역으로 지어 진, 수많은 궁과 성당이

지금은 관광자원이 되어 버렸으니...

  

 

 

 

 

 

 

 

 

 

나의 10대 시절, 나의 아이돌이었던 들국화...

그리고 그 멤버인 전인권 아저씨와 고 허성욱 형님의 추억 들국화 앨범에 수록된

사랑한 후에 라는 곡이 있다.

 

이 곡은 원래 외국 곡을 편곡하여 우리말 가사를 만들어 붙인 곡인데

원곡의 제목이 바로 베르사이유 궁전(Palace of Versailles) 이다.

 

허성욱의 피아노와 전인권의 목소리가 조화되어 정말 멋있는 곡이다.

하지만 원곡을 듣고는 그 가벼움에 너무 실망했고

다시한번 들국화의 편곡, 연주, 노래에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베르사이유 정원을 돌아 보는 내내 흥얼거렸다.

' 긴 하루 지나고 언덕 저 편에 ~ 빨간 석양이 물들어 가면 ~ ~ ~ '

 

갑자기 브라질 상파울로에서 만났던 친구 녀석이 보고 싶다.^^

 

 

 

 

오후에 파리 시내로 돌아 왔다.

잔뜩 흐렸던 베르사이유와는 달리 조금씩 구름이 걷히고 잠깐 잠깐 해가 비친다.

 

몽마르뜨에 올랐다.

잠깐 나온 햇빛에 샤끄레꾀르 성당이 눈부시다.

파리 시내 전경도 멋있고, 거리 악사의 장난스러운 퍼포먼스가 재밌다.

 

 

 

 

 

고흐나 피카소도 활동했던 몽마르뜨 언덕 한켠의 마당에는

그들의 후배 화가들이 우리를 그려주겠다며 열심히 호객을 하고 있다.

 

 

 

 

 

몽마르뜨를 내려 오는 길에

사람들이 열심히 사진 찍고 있는 곳이 있어 가까이 가보니

고흐와 그의 동생 테오가 살았던 집이다.

 

 

때마침 준비한 듯, 아내가 고흐에 관한 얘기를 들려준다.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암스텔담에서 활동하다 프랑스 파리로, 다시 프랑스 남부 아를 이라는 곳으로

더 강렬한 빛을 찾아 떠돌았던 이야기,

 

밀레의 그림을 보고 화가가 되고자 했다는 이야기,

평소 존경하는 고갱과 함께 생활하다가 의견 충돌이 나자 고갱앞에서 자신의 귀를 자른 이야기,

 

그 일 이후 점점 미쳐갔고

치료를 받기 위해 파리로 돌아와 이 곳에서 동생 테오와 함께 살았다는 이야기,

 

파리 근교의 오베르 쉬르 우아즈 라는 마을에서 미친 듯 그림을 그리다

끝내 자살로 생을 마감한 이야기,

 

평생 형을 뒷바라지 했던 동생 테오,

그리고 테오의 후손들이 오베르 쉬르 우아즈 마을에서 사는데

고흐의 숨결을 느끼기 위해 찾아 드는 관광객들이 늘어 나자 그 덕에 잘 먹고 산다는 이야기...

 

우와......

박마담 다시 봤다. 하니,

어젯밤 숙소에 비치된 책을 읽었단다.^^

 

어쨌든 길 가의 그냥 집 한 채 일 뿐인데...

아내의 얘기를 듣고 있으니,
금방이라도 고흐가 문을 열고 뛰쳐 나올 것 같다.

 

 

 

몽마르뜨를 완전히 내려오니

물랑루즈가 그 화려함을 뽐내고 있다.

 

19세기 말이던가 20세기 초이던가

암튼 지구의 종말을 걱정하는 이들이

술과 환락으로 흥청망청 했다던데...

 

물랑루즈는 그 화려함과 환락의 상징이었고

지금까지 그 상징으로 남아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파리에 어둠이 내렸다.

이왕에 나섰으니 시내 야경이나 보러 다닐까나...

 

개선문, 샹젤리제 거리, 에펠탑이

또 다른 모습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