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세계일주 배낭여행/북미

2009_04_12 미국_훼잇빌 : 부활절

에어모세 2009. 4. 16. 01:08

 

오늘은 부활절, 부활주일이다.

 

예년 같았으면 한국에서 다니던 교회에 성가대 행사로 바빴겠지만

이번 부활주일은 여유롭다.

 

이곳의 부활절은 성탄절, 추수감사절과 더불어 또 하나의 큰 명절이다.

종교적인 차원을 넘어서 일상 생활에 자연스럽게 뿌리 내린 것 같다.

 

멀리 떨어졌던 가족들이 모이고,

일요일 휴무를 하지 않던 많은 상점들이 문을 닫거나, 특별 세일을 하기도 한다.

학생들은 일주일간의 방학을 하고,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직장인들도 하루 내지 이틀 정도 쉰다.

며칠 전부터 어디에서든지 인사말로 "Happy Easter" 를 수없이 들었고, 그때마다 "You, too" 를 나 또한 수없이 반복했다.

 

또 하나의 재미난 행사는

한국에서는 보통 달걀을 삶아서 먹는데,

이 곳에서는 달걀을 직접 먹지는 않고, 달걀 모양의 플라스틱통에 사탕이나 풍선 등

아이들이 좋아 할만한 것들을 넣어서 흩어 놓으면 아이들이 주어 담아 가지는 에그 헌팅이다.

교회 뿐 아니라 여러 단체에서도 시행하는 것 같던데, 어떤 이들은 원정까지 다니기도 하는 것 같다.

아이들이 신나하고 또 그걸 보는 어른들도 재미있어 한다.

 

 

 

어느 해보다 여유로운 부활주일이었지만

새로운 느낌의 부활주일이기도 했다.

 

그건 그렇고,

오늘 이른 아침에, 이 곳의 한인교회 연합 부활절 예배가 있었는데

예배를 드린 교회의 새로 오신 목사님이,

브라질에 살고 있는 친구가 다니는 교회에서 오신 분이다.

얘기는 이미 친구를 통해 며칠 전에 들었지만 뵙기는 처음이다. 서로 정말 반갑게 인사를 했다.

이런 기막힌 우연이 있을까?

세상이 넓은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이렇듯 좁다. 세상은 넓지만 각 사람들의 운신의 폭이 좁은 건지도 모르겠다.

그 목사님께서는 어디가서 죄 짓고는 못사는 거라 하시며 웃으셨다.

 

이번 연합예배의 성가대와 예배반주를 아내가 하게 되었는데,

예배 후에, 반주에 대한 놀라운 반응들을 보였다.

클래식을 전공했다는 타교회 반주자가 레슨을 부탁하기도 했다.

우리가 현재 다니는 교회의 목사님의 어깨가 으쓱해졌다.

(놀랍게도 이 곳에는 10 여개의 크고 작은 한인 교회가 있고, 그 중 우리교회가 가장 작은 교회이다.)

나 또한 흐뭇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