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이번 주간은 봄방학이다.
공부 좀 해볼까^^ 했는데, 며칠 전 부터 목사님께서 바람이나 쐬고 오자고 하셔서
오늘은 목사님 가족과 우리 부부가 함께 샬럿에 다녀 왔다.
샬럿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가장 큰 도시로서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본사가 있는 금융산업으로 유명한 도시이다.
뉴욕에 이어 미국 두번째의 경제 도시이다.
시골길을 세 시간 달려 다다르니 오랜만에 보는 뾰족하고 높은 빌딩들이 보인다.
다운타운은 그리 넓진 않지만 깔끔한 분위기의 도시다.
노선 버스가 다 있다며 아내가 신기해 한다.
한국에서 흔하디 흔한 대중 교통인 버스가 신기하게 보일 정도니
우리의 미국생활이 어느 정도 적응이 된 걸까?
처음 간 곳은 디스커버리 플레이스 라는 곳이다.
어릴 때 자주 갔던 어린이대공원 뒤편에 있었던 어린이회관과 꼭 같은 곳이다.
몇 가지 특이한 동물도 전시해 놓았는데,
공룡 모형과 실제 뱀이 인상적이다.
과학적인 원리를 쉽게 접할 수 있게 여러 가지 실험 설비 및 전시물들이 있다.
봄방학을 맞은 어린이들과 부모들로 북적인다.
우리도 이것 저것 직접 조작해 보고 구경하며 둘러 봤다.
과학한국, 과학영재 육성을 부르짖었던 나의 국민학교 시절(난 초등학교를 안 다니고 국민학교를 다녔다. ㅋㅋㅋ)
어린이 회관에 자의 반 타의 반 여러번을 갈 수 밖에 없었다.
호기심 많고 관심있던 친구들에겐 오히려 학교 수업보다 재미난 시간이지만
관심없는 친구들은 대충 시간 떼우고 다른 곳으로 샐 궁리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 시절의 과학한국을 향한 노력으로 IT 강국이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인터넷과 컴퓨터, 휴대전화와 전자기기의 대중화가 엄청나게 이루어진 건 사실이다.
그것이 인간을 아니 한국 국민들을 더 편리하게는 만들었지만 더 행복하게 만든 것인지는 늘 의문이다.
어쨌든 그 시절,
국가 정책의 실험의 장이었던 학교!
반공 이념의 주입, 개성이 인정되지 않은 획일적인 문화, 교사와 위계에 대한 권위...
지금은 아련한 향수로 기억되지만,
아직도 획일적 사고와 보수적 권위가 한국 사회의 주류 사회를 뒤덮고 있다고 생각한다.
점심식사를 위해 중국식 부페에 갔다.
몇 번 되진 않지만 지금까지 가본 중국식 부페 중에 가장 깔끔하고 맛있었다.
아내와 나는 무지 신났다.
저렴하고 맛있는 음식을 그것도 무한정 먹을 수 있다니
어찌 신나지 않을 수 있을까.
잊지 말자! 본전 생각! 상기 하자! 헝그리 정신!
부른 배를 끌어 안고 찾은 곳은
빌리 그레험 라이브러리 이다.
목사님께서 사실 이곳을 보여 주고 싶어 하신 것 같다.
빌리 그레험 목사는 한국에서도 아주 유명한 분이다.
흔히 빌리 그레험 전도사(Evangelist) 로 불리는데,
전도사라는 명칭이 한국에선 목사가 되는 과정의 전 단계로서의 개념이 굳어져 있는 것 같다.
글자 그대로 세계를 누비며 설교하고 전도하신 분이다.
현재 90세가 넘어 활동은 안하시지만
그의 화려했던(?) 전세계적인 활동은 여러 사람에게 인정받아
이 곳에 기념 라이브러리가 세워진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도서관은 아니고, 자료 전시장과 같은 곳이다.
생가도 잘 복원하여 관리되어 지고 있고, 정원도 잘 꾸며져 있다.
20 대, 대학을 다니고, 여러가지 가치관과 정체성을 고민하던 시절,
난, 맹목적인 믿음이라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
나와 신과의 관계로써의 기복적이고, 지극히 개인적인 종교라는 것이
이 사회 속에서 무슨 의미를 가지는 지
진정 예수가 바라는 것이 자기를 단순히 믿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이거나
교회가 늘어나서 교회의 영향력이 커지고 기독교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일까?
예수가 다른 신보다 더 세고, 기독교가 다른 종교보다 우월하다고 증명하는 것이
가장 신앙적인 것으로 치부되는 실상에서,
주여! 부르짖음이 커지는 것이 나와 무슨 상관이고
예배, 기도, 찬양 모든 종교적인 행위들이
진리는 커녕 조그만 상식 마저도 왜곡되기 일쑤인 이 땅에 무슨 의미가 되는 것일까?
복음이 기복적인 차원에서 머무르고 마는 현실에서
교회에 다니는 것이 기독교 신자가 되는 것이 도대체 옳다고 할 수 있을까?
이렇듯 꼬리를 문 회의에 자주 빠지곤 했다.
그때부터 나는 한국 보수 기독교를 무시하기 시작했다.
그네들의 사고, 주장, 왜곡된 영향력에 부정적이었고
차라리 그네들이 기독교라는 종교를 갖지 않는 것이 공동체를 위해 나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했다.
내가 그토록 혐오하는 편견이라는 그림자는 오히려 나를 견고하게 옭아매었는지도 모르겠다.
30대가 넘어가면서 약간의 생각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나부터 선입견에 얽매이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되었고
그럼 나는 공동체를 위해 유익한 존재인가? 하는 물음 앞에 무기력해져 버렸다.
내가 혐오하는 보수 기독교도들보다 성실하지 못했고, 순수하지 못했다.
그리고 신과 나와의 관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의미를 되새기게 되었다.
보수적인 종교적 행위에 조금씩 관대해 졌다.
오늘 난 빌리 그레헴 목사를 보았다.
세계를 누비며 복음을 전했단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를 통해 기독교를 받아들이거나 개종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많은 기독교인들에게 존경을 받는다.
그리하여 이런 공간이 지어지고, 많은 이들이 이 곳을 찾는다.
그래서... 그게 뭐... 그게 어쨌다고.,.
난 더 이상 관대해질 수가 없다.
그가 전했다는 복음이 도대체가 무언가?
그가 김일성 주석을 만났고, 수많은 정치지도자들을 두루 만나서
예수를 믿으라, 교회에 다니라고 했겠지...
그의 부정할 수 없는 영향력으로 기독교의 영향력을 넓히고 과시하는 것이
인류의 평화를 위해 어떤 유익을 이루어 내었단 말인가
만약에 예수였다면 그들에게 인민을 사랑하라고, 평화를 지향하라고 하지 않았을까?
그게 진정한 복음이지 않을까?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어렸거나 학창시절 쯤, 한국에 그 분이 오셨던 기억이 난다.
여의도 광장에 수십만이 모여 뜨거운 집회를 가졌다.
어쩔 수 없는 일일지 모르겠지만
그 행사는 독재정권의 충실한 후원자이었던 보수 교회와 그 교회 지도자들에 의해 진행되었다.
...... ......
...... ......
경제적인 압박으로 조용히 집에서 한 주를 보내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떻게든, 이번 주에 꼭 애틀란타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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