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세계일주 배낭여행/남미

2009_06_08 페루_리마 : 3만원의 호사

에어모세 2009. 6. 15. 02:36

우리는 페루 리마를 기점으로 남미 여행을 시작했는데
일정상 페루 리마 그 아래쪽으로만 이동하며 여행할 계획이다.
아쉽지만, 콜롬비아와 에쿠아도르 그리고 페루 북부 지역은 다음 기회(?)를 도모해야 한다.


아내와 긴 상의 끝에 그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기 위해 그리고 안데스의 정령을 만나기 위해
우리는 페루 북부, 안데스의 최고봉 우아스카란(Huascaran) 산이 있는 우아라스(Huaraz) 지역을 다녀오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일정은
오늘 오전에 숙소에 큰 짐은 맡기고, 작은 짐 하나씩 들고 나서서
먼저 우아라스 왕복 야간 버스를 예매하고, 미라플로레스(신시가지)를 둘러보고
밤에 버스를 타고 다음날 아침 우아라스에 도착하면
하루 투어를 하고, 다시 그날 밤 야간 버스를 타고 그 다음날 즉 모레 다시 이 숙소로 돌아오는
다소 무리일 지 모르는 계획을 짰다.


다시 짐을 꾸리고 숙소를 나선다.
숙소 주인께서 흔쾌히 짐을 맡아 주셨다.


가장 먼저 찾은 버스 회사는 가장 유명한 크루즈 델 수르 이다.
역시나 가격도 제일 비싸다. 1인당 편도 78솔(28000원) 이다.
이런... 표가 하나 밖에 남질 않았단다.
하는 수 없이, 다른 회사를 찾아갔다.

 


 

리마에는 우리나라 같이 버스 공용터미널이 없다.
각 버스회사마다 자신들의 터미널을 가지고 있다.


여러 회사를 찾아다녔는데도 버스타기가 수월치 않다.
이번에는 시알 이라는 회사를 찾아갔다.
다행히 표도 있고, 가격도 크루스 델 수르 보다 제법 싸다. 1인당 편도 50솔(19000원) 이다.
오히려 잘됐다 싶다.


버스회사들을 헤매다 보니 시간이 꽤 흘렀다.
어제 구시가지인 센트로를 갔으니 오늘은 신시가지 미라플로레스 지구로 향한다.

택시에서 내리니 웅장한 시청사가 우리를 맞이한다.

 


 

미라플로레스는 바닷가 연안에 위치한다. 바로 태평양이다.
중심지에서 바닷가로 가다보니 그 유명한 남녀가 서로 껴안고 있는 조각이 보인다.
연인들의 공원이라고 불리는 Parque del Amor 는 이 조각으로도 유명하지만
태평양이 내려다 보이는 절벽위에 위치하여 멋진 전망으로도 유명하다.
이 공원뿐만 아니라 리마는 해안이 모두 이처럼 바로 절벽이고,
이 위에 도시가 세워졌다.


연인들의 공원에 역시나 연인들이 많다.

  

 


해안을 따라 태평양을 바라 보며 계속 내려가 보니
또 하나의 유명한 라르코 마르 지구가 보인다.
아마도 리마에서 가장 호사스러운 곳일 것 같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절벽을 깎아서 각종 레스토랑과 상점 위락시설을 지어 놓았다.
리마의 상류층과 관광객들이 넘실댄다.

 

 

우리도 한번 이 호사스러움에 빠져보기로 했다.
아낄 때 아끼더라도 또 쓸 땐 써야지.
여기까지 와서 세비체도 한 번 먹어주고,
태평양을 내려다 보며 차도 한 잔 마시고
한국에서는 해보기 힘든 사치를 한번 누려 보기로 했다.

 

 

 
세비체와 피스코 샤워를 주문했다.
세비체는 각종 해산물을 버무린 요리이고,
피스코는 우리나라의 소주와 비슷한 페루 전통 술인데
여기에 과일 쥬스를 섞은 과실주를 피스코 샤워라고 한다.

 


 

날씨가 흐려 석양은 보지 못했지만
태평양을 내려다 보며 파도소리를 들으며
다시 누리지 못할 호사스러움을 만끽한다.
모두 90솔을 계산했다. 한국돈으로 3만원쯤 될거다.
자신이 우루과이에서 왔다고 반갑다며 잘해준 웨이터와 사진도 찍었다.
물론 내가 손을 얹으라고 하긴 했지만
넙죽 아내 어깨에 손을 얹고 포즈를 취한다.^^

 


시간이 아직 남아 라르코 마르를 좀더 둘러 본다.
페루 기념품을 파는 가게가 화려하다.
가격도 한국과 미국에서처럼 부담스럽지도 않다.
사고 싶은 건 많지만 들고 다닐 일이 걱정되어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시간이 되어 버스 터미널로 향한다.
야간버스는 물론 피곤하긴 하겠지만
교통수단과 숙소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여행자에게는 유용한 방법이다.


2층은 세미까마라고 해서 의자가 반만 눕혀지고
1층은 까마라고 해서 의자가 뒤로 거의 눕혀져 침대처럼 잘 수 있다.
물론 가격이 차이가 난다.
버스회사에 따라 1층은 50-80 솔, 2층은 30-60 솔이다. 우리 돈으로 만원에서 3만원 사이다.


이윽고 버스는 출발하고 캄캄한 창밖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내일 아침 눈을 뜨면 우리는 또 어떤 세상에 도착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