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에 다시 리마에 도착했다.
연이틀 야간버스에서 자고, 고산병에 조금 시달렸더니
몸이 피곤하다기보다는 멍하다.
너무 일찍 숙소를 찾는 것이 미안해서
한 시간 정도를 터미널에서 보내고 6시가 넘어서 숙소로 향했다.
일단 씻고 오전내 잠을 자고 쉬다가
점심시간이 지나 출출해 지자 다시 시내로 나갔다.
오늘은 국립박물관에 가보기로 했다.
가이드북에는 입장료가 있다고 되어 있는데 무료란다.
생각했던 것 보다 잘 지어놓았다.
외부도 웅장하고 내부도 나라를 대표하는 국립박물관이니만큼 정말 멋있다.
층마다 테마가 있는데, 영어 안내라도 좀 해놓으면 좋으련만...
영어 안내글도 빈약하고, 영어 안내글을 일일이 해석하자니 시간이 많이 걸려서
그냥 주욱 돌아본다.
한 층은 2000년도 이전까지의 내전 및 테러등에 관한 전시실이다.
페루 현대사를 잘은 모르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 처참한 사고가 벌어졌다니 섬뜩하다.
단순히 판단하기 힘든 복합적인 원인이 엉켜 있을지 모르겠지만
인간의 생명을 쉽게 해하는 비극적인 폭력의 악순환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요즘 페루 산간 내륙의 아마존 지역에서
원주민들과 정부군 사이에 마찰이 있다는 뉴스를 언뜻 본 기억이 났다.
제발 또 다른 비극으로 기록되지 않길 바란다.
아래층으로 내려오니
페루가 낳은 두 예술가의 작품 전시실이다.
처음 보는 사람인데다 미술에 대해서는 전혀 문외한인지라
뭔가 아는 듯한 사람처럼 감상하는 폼에만 신경쓰며 훑어봤다.
또 그 아래층은 잉카시대를 비롯한 페루의 역사가 전시되어 있었다.
화려했던 잉카시대의 자료들을 보며 다음 일정인 쿠스코와 마추피추를 기대해본다.
다시 터벅터벅 한 시간을 걸어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가 북적거린다.
오늘 새로온 사람들과 기존에 머물렀다가 다른 지역에 들렀다 온 사람들, 거기다 우리까지...
주인 아저씨가 신이 나셨는지 5불씩 걷어서 회 파티를 하자신다.
열명 가까이 둘러 앉아
실컷 회를 먹었다. 이름도 모르는 회지만 한국 떠나서 처음 먹은지라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술도 한 잔씩 돌리며 어느덧 서로의 여행경험담을 유쾌하게 나누며 분위기가 무르익어 갔다.
우리는 좋은 기회다 싶어
선배 여행자들로부터 나오는 정보들을 주워담기 바쁘다.
밤이 늦어지고 술기운에 점점 불콰해졌다.
두런두런 모여 얘기꽃을 피우는데, 한 친구와 행복지수에 대해 열띤 대화를 나눴다.
사실상 그 친구의 여행경험을 통해 얻은 느낌을 진중히 들어줬다고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어쨌든 선진국의 부자들이던, 남미 시골 마을의 가난한 원주민이던,
그 친구던, 나 이던, 그 누구던 행복하길 바라지만
누가 행복을 누리고 있는 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일단 잠부터 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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