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천연 놀이동산에서 신나게 놀아서인지
일찍 잠들어 푹 자고 상쾌하게 일어났다.
하룻밤만 머물고 오늘 이 곳을 떠나 쿠스코로 들어 가야 하기 때문에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덜어 보고자 아침 산책에 나섰다.
저 높이 모래언덕으로 벌써부터 오르는 이들이 많이 보인다.
그냥 오아시스만 한바퀴 둘러보려 했는데 안되겠다.
가장 낮은 편 언덕이라도 올라봐야겠다.
생각보다 쉽지 않다.
다리가 푹푹 빠지니 그냥 오르막을 오르는 것보다 배 이상 힘들다.
아내는 지금 땀나면 또 샤워해야 한다고 중간에서 기다리겠단다.
혼자서 오른다. 좀 힘들긴 해도 발에 닿는 모래의 감촉이 너무 좋다.
아직 오아시스를 내려다 보고 있는 달이 손에 잡힐 듯하다.
어느 정도 올라와서 내려다 보니 오아시스가 한눈에 보인다.
어제 본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어제는 그저 신기하고 신비롭다는 생각만 했었는데
오늘 아침에 보니 고즈넉하니 벌써 하루만에 친근감이 든다.
오아시스는 실제 오아시스의 의미보다는 상징적인 의미로 더 많이 인용되어졌을 것이다.
사막의 대상들에게 생명과도 같은 쉼터...
저 아래에 아내가 기다리고 있다.
이제 곧 이 사막 언덕을 내려가다 만나게 되는 아내가 나의 황량한 인생을 건너다 만난 오아시스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기특하단 소리 한번 들어보려 글로 써놓고 보니 너무 상투적이고 유치하다.^^
나름 기특한 생각했다고 흐뭇한 마음으로 중간에 만나 내려오는데
힘들고 배고프다며 투정부린다.
이런... 내가 본 건 신기루였나? ㅋㅋㅋ
일단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맡겼다.
어차피 밤차를 타야하니 무거운 짐을 계속 들고 다닐 수 없으니
이까(Ica) 로 나가서 버스를 예매하고 도시도 돌아 볼 생각이다.
4솔(1500원)에 흥정하고 택시를 탔다.
버스터미널로 가자고 했다가 환전을 해야했기에 은행으로 목적지를 바꿨다.
너무 친한척 오버하는 택시기사가 오히려 좀 못미더웠는데
은행앞에 내려주더니, 기다릴테니 갔다오란다. 버스터미널까지 가겠다는 것이다.
과도한 친절을 조심하라는 여행자들 사이의 격언이 생각나 거절하고 택시를 보냈다.
어쩌다가 이렇게 사람을 못 믿고, 성의를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태가 된건지...
(나중에 버스터미널에서 또 만났다. 한번 봤다고 아미고 외치며 반갑게 인사하는데... 미안시러웠다)
이까는 큰 도시는 아닌데도 상당히 번잡하다.
길에 차와 사람이 무지 많다.
차도는 여전히 티코가 장악했고 리마와는 달리 오토바이를 개조해 택시로 운행하는 오토릭샤 또한 많다.
거리에 노점상도 많았는데 또 그냥 지나칠 수 없지^^
생과일쥬스 후고(Jugo)를 사 마신다.
페루와서 물 이외에 가공음료를 마신 적이 없다.
과일이 풍성해서 그런지 천연 생과일즙만 먹었다.
버스를 예매하고 한참을 돌아다니는데
우리가 흔히 마트라고 부르는 제법 큰 가게를 만났다.
어찌나 반갑던지... 얼른 들어가 보았다.
하지만 막상, 살게 없다.
물 한병 사들고, 아이스크림 하나씩 집어들고 나왔다.
다시 와까치나 숙소로 돌아가 짐을 챙겨 들고 버스터미널로 왔다.
오후 6시 출발이다. 도착은 쿠스코에 내일 오전 10시다.
16시간이라...
말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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