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여행 중 일때,
아내와 나는 정 반대의 성향을 나타낸다.
평소에는,
내가 소극적이고 냉정하려고 애쓰는데
아내는 매사 적극적이고 열정적이지만 그리 꼼꼼하진 못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을 시작하면서,
여행중에는 평소와 반대의 성향을 보이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이번 여행을 큰 기회로 생각하고 여러가지를 경험해 보고자 좀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동시에
경비 지출이라던지 일정 계획이라는 측면에서 좀 느슨하게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아내는 신중하다. 위험은 최대한 피하고, 무리하지 않고 차분히 생각한다.
경비와 일정면에서도 꼼꼼하고 확실하게 체크하려 한다.
오히려 이것이 지금까지 잘 조화롭게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요 며칠 이 부분에서의 다른 관점이 자꾸 부딛쳤던 것이다.
어젯밤 냉전 중인데 잠이 오랴...
뒤척이다 안되겠다 싶어 일어나서 불을 켰다.
아내는 쎄근쎄근 잘도 잔다.
웃음이 피식 나왔다.
한편으로 측은한 생각도 들었다.
사실 이 여행은 나의 일방적인 결정이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아내가 동의했기 때문에 함께 출발했지만
아내는 이전에 배낭여행의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막연하게 기대만 가지고 선뜻 동의했던 것 같다.
하지만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되면서 본인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것에 대한 다소의 스트레스를 느끼는 것 같다.
그래도 잠은 잘잔다. ㅋㅋㅋ
한국에서 우리는
우리를 아끼는 많은 가족과 주변분들의 품에서 살아 왔다.
지금 우리는, 완전히 우리 둘 뿐이다.
아무리 친절한 누군가를 만난다 해도 심지어 한국 사람을 만난다고 해도
지금 여기에서 그리고 앞으로 어디에서건, 우리는 우리 둘 뿐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
아내가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다.
내가 놓치는 부분을 챙기려고 평소와는 다른 모습으로 그럴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고맙다.
서로에게 유일한 친구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 같다는 반성을 해본다.
가끔 아내를 길동무라고 표현했었는데 그 표현에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 같다.
맘이 좀 풀린다.
맘이 풀리니 잠이 온다.^^
아침에 일어나서 첫날 학교에 등교할 준비를 하는데
아내가 자면서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는 지 기분이 좋아 보인다.
마치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첫 수업을 듣고 점심을 먹고 꾸스꼬를 둘러 보러 나갔다.
무작정 돌아 보다 시장에 갔다.
냉전 종식의 의미로 위 아래로 페루 전통 스타일의 옷 한 벌씩 빼 입었다.
그 비싸고 귀하다는 알파카 소재로 만든 옷을 윗도리 두 벌, 아랫도리 두 벌 모두
80솔, 3만원이 안되게 사서 흐뭇하게 숙소로 돌아왔다.
( 오면서 이 옷들을 여러 벌 사서 한국에 붙이면
국제소포 비용 건지고도 남으면서 소중한 선물이 될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나중에 가짜로 판명났다.^^
그 사실을 알고 또 한번 서로 실컷 웃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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