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수업을 마치고 숙박비를 계산하기 위해 사무실로 갔다.
아뿔싸... 세상에 이런 일이...
6일치 숙박비로 246솔을 준비해 갔는데 246불이란다.
이걸 어쩐다...
따지려 해도 처음에 체크하지 못한 내 탓이니 하소연도 못하고
많이 당황해서 잠깐만 시간을 달라고 하고 나왔다.
내가 달러를 페루 화폐단위인 '솔' 로 착각한 것이다.
아내와 긴 상의끝에
도저히 그 비용으로는 있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당장 숙소를 옮기기로 했다.
다시 숙소를 알아보러 다닌다.
쿠스코에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거의 매일 이사 다니는 셈이다.
아직 적응이 덜 됐는 지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차는데도
경사진 골목 골목을 누비며 다녔다.
숙소를 구하려는 절박함만 없다면 쿠스코는 참 아름다운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골목 골목이 흡사 내 어린 시절의 상계동 골목 같기도 한데
잉카의 수도로서 그 역사적인 배경을 생각하니 바닥에 돌 하나 하나가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다..
경사진 길을 계속 올라 언덕위에 다다르니 산크리스토발 교회가 버티고 있다.
그 교회에서 내려다 보는 쿠스코의 전경이 멋지다.
아르마스 광장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모습이 특히 멋지다.
교회 앞 언덕위에서는
모녀로 보이는 두 명이 전통의상을 입고 야마를 데리고 있는데
자꾸 1 솔을 내고 자기를 사진찍으라고 성화다.
어이 없는 상황일 수도 있지만, 그냥 1솔 주고 기분좋게 사진 한 장 찍었다.
숙소 구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
일단, 우리는 도미토리가 아닌 더블룸을 원하는데
가장 저렴한 곳이 40 솔 (만사오천원 정도) 이다. 하지만 아무 옵션이 없고 그냥 잠만 자는 것이다.
아침이 포함되고, 무선 인터넷이 되고, 부엌을 사용할 수 있는 숙소는 60 솔 이상이다.
학교와 가까운 아르마스 광장 근처를 수십군데는 돌아다닌 것 같다.
서너시간을 다리도 아프고 몸도 피곤하게 돌아다니다.
많이 비싸지만 귀찮은데 돈 15만원 잃어버렸다 생각하고 그냥 머무를까
우리가 원하는 조건을 그나마 충족시키는 60솔이 넘는 호스텔로 갈까
아니면 가장 싼 40솔 짜리 호스텔로 갈까
결정을 하려던 차에,
마지막 딱 한군데만 알아보자고 들어간 호스텔이 우리가 원하는 조건을 충족하면서도 50솔을 부른다.
내부를 둘러보니 직원도 친절하고, 다른 숙소에 비해 시설도 그닥 나쁘진 않다.
당장 체크인하고 짐을 옮겼다.
그 무거운 짐을 들고 거의 매일 이사다...
배낭여행자들을 위한 호스텔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저렴한 가격에 그닥 깔끔한 숙소는 못된다.
써금써금한 냄새와 분위기지만
당분간 우리만의 공간이라 생각하니 마음은 편하다.
전통적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장식들이 허름한 내부와 어울려 나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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