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가 조금 넘어 코차밤바(cochabamba)에 도착했다.
아직 어두운 터미널은 많은 사람들로 복잡하지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주변 숙소를 가자니, 터미널의 복잡하고 지저분한 분위기의 연장일 것 같고
시내 중심가로 가려 하니 너무 이른 시간이라 체크인이 가능할 지 걱정이다.
일단 론리에 나와 있는 숙소로 택시를 타고 간다.
일단 부딪쳐 보는 수 밖에...
레지던시알 파밀리아 라는 숙소에 도착했다.
거리엔 아무도 없는 아직 동트기 전 어두운 새벽이다.
계속 문을 두드리니 사람이 나온다.
걱정했던 거와는 달리 체크인이 가능하단다.
70볼리비아노 딱 10불이다. 혹시나 체크인 이전 시간이라 이틀치를 계산할까 싶어 몇 번이고 확인했다.
너무 춥기도 하고, 밤새 덜컹이는 버스안에서의 잠이 설어
일단 짐을 팽개치고 모자란 잠을 청했다.
햇빛에 눈이 부셔 일어나니 점심 나절이다.
대충 짐을 정리하고 시내 구경에 나서본다.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그리스도 상이다.
남미의 도시들은 도시마다 작던 크던 그리스도 상이 있는데
코차밤바의 상이 제일 큰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브라질 리오데자네이로의 유명한 그리스도 상보다는 크다고 한다.
한참을 걸어 가까이 가보니 저 언덕 위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표를 끊고 기다린다.
케이블카 라인 옆으로 계단이 있고 그 언덕을 오르는 사람들도 보인다.
케이블카를 탔다.
우리와 같은 칸에 한 가족과 함께 탔다.
가족의 모습이 정겨워 꼬마에게 인사를 청하니 수줍게 인사를 한다.
제대로 언어는 통하지 않지만서도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고 간다.
남미에 와서 현지인들과 얘기하다 보면
항상 제일 처음 물어보는 말이 "합뽄?" 이다. 일본인이냐는 말이다.
"노! 요 소이 꼬레아노" 아니다. 난 한국인이다라고 말하면 이어서 꼭 물어보는 말이 있다.
바로 "노르떼(Norte)? 수르(Sur)?" 이다.
북에서 왔냐? 남에서 왔냐? 이다.
오히려 그 질문은 우리를 놀라게 한다. 남한 사회에서 살다 미국에 머물다 와서 더욱 그러하다.
미국에서는 한국인이다 라고 하면 당연히 남한 사람으로 생각한다.
현재 볼리비아는 모랄레스 사회주의 정권이 집권하고 있어서 그런지
이들에게는 북한에 대한 적대감이 없는 것 같다.
지구 반대편에 한국이라는 나라가 있는데 남과 북으로 나뉘어 져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이들에게는 남에서 왔는 지, 북에서 왔는 지가 궁금한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놀랄 일은 아닌데 오히려 내가 궁금해지는 건
북한 사람들도 남미 여행을 다니는가 이다.
남미인들이 북한 사람들을 접해 봤으니 이렇게 물어 보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드는 것이다.
만약에 내가 북한 사람과 맞닥뜨린 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암튼 포토시에서 가족 나들이를 왔다는 이 가족의 모습이 너무 좋다.
손에 바리바리 먹을 것을 싸들고 큰 도시로 나들이를 와서 좋아라 하는 표정에서
전형적인 순박한 볼리비아 사람들의 모습을 본다.
부디 계속 행복하시길...
케이블카에 내려 직접 가까이 그리스도 상을 보니
그 위용이 대단하다.
조금 전 소박한 가족과의 만남 때문인지
쿠스코에서 느꼈던 예수상과는 느낌이 다르다.
인자하고 푸근한 예수님의 이미지가 느껴진다.
시내에 있을 때는 맑고 푸른 하늘이었는데
언덕에서 내려다보니 안개인지 매연인지 좀 뿌연게 도시를 덮고 있다.
암튼 전망은 참 좋다.
코차밤바 전체의 전망을 봤으니
언덕을 다시 내려와 코차밤바의 구체적인 사람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 본다.
그 사람들의 어김없는 질문은 계속될 것이다.
코레아? 노르떼? 수르?
한국인이라고? 그러면, 남에서 왔소? 북에서 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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