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코차밤바에서 야간 버스를 타고 10시가 조금 넘어 출발하여
오늘 오전 10시가 조금 넘어 산타크루즈에 도착했으니 12시간을 버스타고 온 것이다.
어젯밤 버스터미널에서부터 난리가 아니었다.
전쟁 피난 통인지 각 자 왠 짐들이 그리 많은 지...
짐과 사람이 엉켜 터미널 안이 미어 터질 것 같고
장사치들 외치는 소리, 아이들 울음 소리, 아무렇지 않게 젖 먹이는 아줌마, 한쪽 구석에서 소변보는 사람,
담배 연기와 코를 찌르는 찌린 내...
정말 빨리 벗어나고 싶다.
하지만 어쩌랴 이 모든 모습 또한 이들의 일상인 걸.
한국의 바로 3-40년 전 모습일 수도 있다.
저 빽빽 울어대는 아이가 그 당시 나 이었는지도 모른다.
힘든 농촌 생활을 청산하고 생존을 위해 서울로 서울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자 기다리는 우리 부모님들의 모습이었을 지도...
산타크루즈는 표고 400 여 미터이다.
그리고 밀림 지역인 셀바에 위치에 있고
온도도 20도 내외를 유지하고 습도도 꽤 높다.
도착하니 한결 숨쉬기가 좋고 컨디션이 급 좋아짐을 느낀다.
코에 느껴지는 습한 기운이 그렇게 기분 좋을 수 없다.
그동안 20 여일 넘게 우리는
3000 미터가 훨씬 넘는 고산에 한겨울 추위에다 너무 건조한 곳을 지나왔다.
새로운 곳에 발을 딛고 새로운 경험을 하는 행복에 취해 있었지만
사실상 나의 몸 컨디션은 계속 고전을 면치 못했다.
아내보다 내가 더 힘든 걸 보니 역시 아내는 나보다 더 강한 것 같다.^^
갑자기 제 컨디션을 회복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기분만은 상쾌하다.
저 낮은 곳을 향하여 달려 온 보람이 있다.
오늘 천천히 쉬면서
낮은 곳의 풍부한 산소와 셀바 지역의 따뜻한 기온과 촉촉한 습기를 충분히 마셔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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