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숙소 근처에 괜찮은 바를 하나 발견했다.
여기서 괜찮다는 의미는 음식이 맛있다거나 분위기가 좋다라는 의미가 아니고
그리 비싸지 않은 후고(쥬스)를 시켜 놓고 오랫동안 앉아서 인터넷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Wi-Fi 가 가능한 곳이 큰 도시 중심가에 가끔씩 눈에 띄는데 그 중에 한 곳이다.
어제 저녁에 보니 재즈 밴드가 연주도 하고, 좀 시끄럽긴 하지만 이 도시의 멋쟁이들은 다 모인 듯 하다.
우리 숙소는 무선 인터넷이 안되고 아침 불포함에 70볼리비아노(10불)이다.
오늘 아침 어차피 아침식사도 할 겸 다시 그 카페를 찾았다.
아침시간엔 손님도 거의 없고 차분하다.
인터넷을 검색하며 아침식사를 느긋하게 한다.
이 카페의 이름은 카사블랑카이다.
벽면에 영화의 장면들을 그려 놓기도 했다.
구석에 덮개를 씌어 놓은 피아노까지 영화 카사블랑카의 담배 연기 자욱한 그 바를 재연하려 애쓴 흔적이 보인다.
우리 외에 한 두 팀이 아침식사를 하고 나가자
내가 스탭에게 양해를 구해 피아노를 좀 치겠다고 했다.
아내가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를 시작했다.
물론 아내가 흑인 샘 아저씨도 아니고 As times go by 를 연주하진 않았지만
난 마치 험프리 보가트 가 된 양 맘껏 폼을 잡아 본다. 이 곳이 진짜 영화 속 카사블랑카 인 것처럼...
누구나 알 만한 팝 몇 곡과 우리 동요를 몇 곡 불렀다.
영화 속 카사블랑카가 아니라 의정부 우리 집이다...ㅋㅋ
아쉬운 건, 아침에 부시시 나오면서 사진기를 안 가지고 나왔다.
항상 말은, 사진 이 까지것 뭐 중요하다고, 마음 속에 담으면 되지... 라고 하지만
이런 상황엔 솔직이 사진이라도 찍어 둘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햇볕이 너무 좋다.
체크아웃 시간까지 침낭과 수건도 말리고, 내 몸도 말린다.
오늘밤 우리는 다시 야간 버스를 타고 산타크루즈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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