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예약한대로
아직 동트기 전인 아침 6시 30분에 공항가는 택시가 왔다.
행여 숙소에서 주무시는 어르신들이 깰까봐 조용히 숙소를 나왔다.
아침 8시20분에 이륙한 비행기는 5시간여 지나
이 곳 시간으로는 오전 11시30분 쯤에 도착했다.
여기는 지구상에서 가장 외딴 섬, 바로 이스터 섬이다...
영어로는 이스터 섬(Easter Island),
스페인어로는 이슬라데파스쿠아(Isla de Pascua),
현지 원주민들은 라파누이(Rapa Nui)라 일컫는다.
우리에게 있어서 이스터 섬이라는 표현이 익숙한 것은
유럽의 탐험가가 이방인으로서는 최초로 이 섬에 도착한 시점이
부활절이어서 부활절(Easter) 섬이라 부르는 서양 세계의 관점이 영향을 끼친 것이다.
동쪽 칠레 본토로 부터 3,800km 그리고 서쪽 타히티 섬으로 부터는 4,000km
떨어져 있는 남태평양의 고도인 이스터 섬은,
현재 칠레에 속해 있고 스페인어를 사용하지만
역사적 문화적으로는 태평양의 폴로네시아 권역에 속한다.
이스터 섬은 한국의 제주도와도 유사한 점들이 많은데
이 섬을 유명하게 만든 것 또한,
돌 하루방과 비슷하지만 그것보단 상당히 규모가 큰
모아이(Moai)에 의해서다.
최근에는 서태지의 뮤직비디오를 통해 많은 이들이 동경하고 있는 곳이다.
이스터 섬은, 이번 세계일주 여행을 통해 꼭 가보고 싶은 곳 중의 한 곳이지만
물가가 상당하다는 정보를 들었다. 그래서
먹을 것은 산티아고에서 미리 준비를 해서 챙겨 왔고
숙소도 하루 1인당 5,000페소(약 10달러)의 가장 저렴하다는 곳의 정보를 가지고 왔다.
일정도 원래는 7박8일이었는데
최대한 줄여보려고 애를 썼지만 좌석을 구하지 못해
단지 하루를 줄여 6박7일의 일정으로 다음주 월요일 7월27일에 다시 산티아고로 돌아간다.
공항에 내리니 숙소 호객인들이 자기들의 숙소로 유치하려고 분주하다.
하지만 우리는 익히 들은 가장 저렴한 숙소 정보에 의해
마르타 아주머니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르타 아주머니를 찾을 수가 없다.
주변 호객꾼에게 물어 보니 며칠 전에 산티아고에 갔단다.
예상했던 답변이다.
마르타를 시기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니 믿지 말라는 정보까지 가지고 있었다.
결국 못 찾고, 직접 택시를 타고 찾아갔다.
하지만 도착해 보니, 방이 없단다. 앞으로 3개월 동안 예약이 마감되었단다.
아뿔싸... 그래서 공항에 호객을 나오지 않은 모양이다.
난감한 표정으로 있는데
택시 기사가 좋은 숙소를 소개해 줄테니 가보잔다.
또 다른 숙소에 내려졌다.
바닷가에 위치해 일단 전망은 좋다.
처음엔 1인당 하루 10,000 페소를 부른다. 내가 머뭇거리자 8,000에서 다시 7,000까지 내려간다.
이때다 싶어 오케이 하고 짐을 부렸다.
오히려 잘 된 것 같다. 아침 포함이고 전망도 좋으니
처음 계획했던 숙소 보다 낫겠다 싶다.
바로 옆방에 한국 여성 여행자를 만났다.
우리와 같은 비행편으로 오늘 들어 왔단다.
항상 그렇듯 어찌나 반가운 지...
그나저나 혼자 세계 일주하는 한국 여성들 정말 대단하다.
바다가 너무 너무 멋지다.
쉼없이 해안으로 밀려와 부서지는 파도, 저 멀리 푸른 초지로 덮여 있는 낮은 구릉,
하늘, 맑은 공기, 바람, 구름, 태양...
인공적인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듯한 곳이다.
일체의 소음도 없다. 자연의 소리만이 있을 뿐이다.
이 곳은 지구상에서 가장 외딴 섬, 바로 이스터 섬이다.
오늘은 첫 날이니 가볍게 항가로아(Hanga Roa) 주변을 돌아보고 숙소로 돌아왔다.
이스터 섬은 공항이 있는 항가로아 마을이 중심지이고
그 외 지역은 마을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
숙소로 돌아오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처마 밑으로 내리는 빗줄기가 보기도 좋고 기분도 좋게 한다.
생각해 보니 제대로 내리는 비를 두 달만에 처음 본다.
밤이 되어 한국인 여행자와 다시 만났다.
또 다른 옆 방의 칠레 친구 둘과 우리 셋,
그렇게 내일 차를 렌트해서 섬을 돌아 보자고 합의하고
칠레와인으로 조촐하게 서로의 만남을 반가워 하며 얘기꽃을 피웠다.
물론 그 얘기꽃이 어찌나 더듬거리며 피던지...^^
밤이 깊어 각자의 침소로 돌아갔다.
여러모로 잘 됐다.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서 반갑고
렌트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이스터 섬이 기대 이상으로 아름답고 맘에 든다.
이 생각 저 생각하며 잠으로 빠져들어가는 길에 파도소리가 동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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