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하는 아저씨들이 주로 머물고 계시는 이 숙소에서
한 분이 부인을 모시고 왔다.
남미로 출장을 자주 오시는 어떤 분께서 이번 출장에 아내와 같이 오신 것이다.
이 경상도 아지매가 얼마나 재밌으신 지...
멀고 먼 남미까지 이민 오게 된 구구한 사연을 품은 주인 아주머니와 이 경상도 아지매,
이 분들과 금방 친해진 아내는, 수다 떨기에 여념이 없다.
여행 중 아내가 가장 그리워 했던 것이
첫번째는 한국에 두고 온 가족이었고
두번째가 한국 말과 한식이었다.
첫번째는 어쩔 수 없지만
그나마 아내가 두번째를 해소할 수 있어서
나 또한 맘이 좋다.
아침식사를 하고 숙소를 나서는데
경상도 아지매가 답답했는지 우리와 같이 나가길 바라는 눈치다.
함께 나가자고 말씀드리니까 어린 아이처럼 좋아하신다.
고맙게도, 함께 머물고 계시는 또 다른 분께서 산크리스토발 언덕 정상까지 태워다 주셨다.
정상에서 산티아고를 굽어 보고 있는 마리아 상과
그 바로 밑에 있는 납골당에서 기도하는 남자의 뒷모습이 숙연해 보인다.
산크리스토발 언덕을 한인 교포들은 남산이라 부른다.
정말로, 시내를 내려다 보는 위치나 높이에서 서울의 남산과 유사하다.
오늘 우리는 경상도 아지매와 남산에 올랐다.
한가지 아쉬운 건 스모그인지 안개인지 서울 아니 산티아고 시내가 뿌옇게 보인다는 것..
신혼부부 사이에 내가 껴도 되겠나... 하며 계속해서 무안해 하면서도
계속해서 우리 중간에서 재미난 수다를 쏟아내신다.
유쾌한 수다는 남산을 내려와 강남까지 이어진다.
프로비덴시아(Providencia) 지구는 산티아고의 신시가지로서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라니 서울의 강남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아주머니 생각엔 우리가 무척이나 신기한가보다.
어떻게 세계일주를 할 생각을 하게 됐냐며 놀라워 하며 자꾸 물어본다.
심지어 고향에 가서 우리 본 걸 자랑한다며 연신 우리를 카메라에 담으신다.
내가 익히 알고 있는 전형적인 경상도 아지매는 바로 어머니인데
오늘 어머니의 향내를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본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프로비덴시아 지구는 서울의 강남이고,
산티아고의 산크리스토발 언덕이 아니라
진짜로 서울의 남산이다.^^
내년에 한국에 돌아 가면
양가 두 분 어머님 모시고 남산에 올라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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