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배를 타고 호수에서 페리토 모레노 빙하를 보았다면
오늘은 빙하 건너편 전망대에서 페리토 모레노 빙하를 보기 위해 나섰다.
페리토 모레노 빙하를 보는 방법은 세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어제 우리가 했던 배를 타고 호수를 돌며 다른 빙하들과 함께 보는 것이고,
두번째는 페리토 모레노 빙하 위에 직접 올라가는 트레킹이 있다. (겨울철엔 없음)
끝으로 오늘 우리가 하게 되는 전망대에서 빙하를 감상하는 것이다.
이 방법이 보편적이면서 가장 저렴한 방법이기도 하다.
버스를 타고 시간 반 정도 걸려 전망대에 도착했다.
마지막 날인 오늘도 날씨는 별로다.
빙하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첫번째 전망대는 빙하의 전체를 조망할 수 있으며
얼마나 넓고 크게 빙하가 자리잡고 있는 지를 잘 알 수 있게 해준다.
이 엄청난 페리토 모레노 빙하는 점점 전진하여 건너편 땅에 거의 닿을 듯 한데
갈라진 양쪽의 호수의 수압에 의해 붕괴되기도 한다.
20년 전 까지만 해도 한 면 전체가 떨어져 나가는 대붕락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귀퉁이에 조금씩 빙하가 떨어져 나가기만 해도 엄청난 굉음을 일으키는데
아마도 그 당시에는 천둥 소리 이상의 상상할 수 없는 소리가 났음을 짐작할 수 있다.
어제 호수쪽 배 위에서는 빙벽만 봤다면
전망대에서는 빙하의 윗면을 볼 수 있는데
날씨가 좀 더 맑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계속 남는다.
상당히 근접해서 빙하를 보고 있긴 하지만
거리나 규모를 실감하지 못하는데
어제 우리가 탔던 유람선의 모습이 보이자 확연히 비교되어
엄청난 빙하의 규모가 비로소 실감난다.
또한 푸른 수정같은 빛을 발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페리토 모레노 빙하는 세상에서 가장 큰 보석이다.
더 이상 구구한 설명이 필요없을 것 같다.
아침부터 잔뜩 흐린 하늘은
결국에 눈을 뿌리기 시작했다.
점점 눈발이 굵어진다. 그야말로 펑펑 쏟아진다.
숙소로 돌아오니 눈은 비로 바뀌어 계속 내린다.
궂은 날씨가 좀 걱정이 되긴 하지만
짐을 챙기고 주인 어른께 인사를 드리고 공항으로 향한다.
3박4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빙하라는 특별한 체험과 마치 어머니 같은 주인 어른의 따뜻함을 듬뿍 받고 간다.
큰 절이라도 드리고 싶은데 그 것까지는 오버라는 생각에
꼬옥 안아드렸다.
두 팔로 그분의 자그마한 몸을 감싸 안았지만, 그분의 큰 마음이 나를 감싸 안은 듯 하다.
여행이 주는 좋은 경험은,
좋은 구경거리를 보고 다양한 느낌을 느끼는 것과 더불어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일게다...
공항으로 갔다.
아담한 공항 내부에 사람들이 모여 웅성대고 있다.
영문도 모른 체, 짐을 붙이러 수속하러 카운터로 가니
아니, 이럴수가...
비행기가 결항되었단다... 어떻게 이런 일이!!
낮에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칼라파테로 운항하는 비행기가
다시 저녁에 칼라파테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운항하는데
오늘 기상악화로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출발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이거 큰 일이다...
향후 일정에 여유가 있으면 항공사에서 제공하는 호텔에서 묵고
내일 항공편을 도모하면서 오히려 즐겼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내일 아침 일찍 브라질 상파울로 행 비행기를 타야만 한다.
정말 발을 동동 구르게 되는 조급한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침착하게...
차분히... 설명을 들어 봤더니만,
호텔로 갈 사람들은 호텔로 보내주고
내일 비행편이 확인된 사람은 다른 항공사의 비행편으로 변경시켜 주겠다는 것이다.
직원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더니
결국, 우리는 다른 항공사의 비행편으로 오늘밤 늦게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돌아왔다.
그러나
오늘밤 겪은 작은 소동은 내일 새벽 벌어 질 일의 서곡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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