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행복에 너무 젖었는 지
늦잠을 잔데다가 맘껏 게으름을 피웠다.
여러모로 숙소도 맘에 들고, 크라코흐도 맘에 들고, 폴란드도 맘에 든다.
원래는 오늘 오쉬피옌침(아우슈비츠)을 갔다 오려 했으나 늑장을 부리는 바람에
내일로 미루고, 아내와 상의 끝에 일정을 조금 변경했다.
일단 크라코흐에 하루 더 머문 후에,
바로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로 이동하지 말고
쟈코파네라는 곳에 들른 후 거기서 국경을 넘어 슬로바키아의 동부지역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늦은 아침을 먹고 좀 더 뭉그적거리다 나왔다.
먼저 버스터미널로 가서 교통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은행을 찾아 먼 곳 까지 걸어 갔다 왔다.
은행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우리의 돈 관리는 이렇다.
여행 초기에는 미국에서 준비해 지니고 있었던 달러를 계속 환전해서 다녔고
달러를 다 쓴 후로는, 한국에서부터 갖고 있던 은행계좌의 잔고를
ATM 기계를 통해 인출해서 쓰고 있다.
도시에는 은행이 곳곳에 있어 ATM 기계는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인출한도액이 적고, 수수료가 비싸기 때문에,
우리는 씨티은행 국제현금카드를 사용하고 있다.
여행 떠나기 전 씨티은행에 계좌를 개설하여 얼마의 여행자금을 넣어두고 만든
국제현금카드로 세계 각지의 씨티은행 ATM 기계에서 돈을 인출하는 것이다.
다른 은행 ATM 기계보다 인출한도액은 크고 수수료는 싼 것이 장점이지만
꽤 큰 도시에만, 그것도 흔하게 있지 않은 씨티은행을 찾아 다녀야만 하는 단점이 있다.
볼 일을 본 후에는
유럽에서 구시가 광장으로서는 가장 크다는 크라코흐의 구시가를 돌아봤다.
유럽의 도시들은 대부분이 예전 중세부터 이어져 온 도시들인데
지금까지 그때 그 모습을 간직하며 보존하고 있는 구시가지와
새롭게 현대적으로 건설한 신시가지, 이렇게 두 지역으로 구분되어 진다.
그러므로 여행자들이 들르는 곳은 대부분 구시가지 이다.
한참을 돌다보니, 벌써 시간은 늦은 오후로 접어 들고, 배가 고파온다.
다시 어제처럼 요리를 해먹고 저녁에 또 한번의 음악회를 보러 가기로 했다.
전체적으로 어제와 비슷한 메뉴이지만
라면을 끓여 국물을 추가했고, 느끼함을 달래기 위해 김치 대신 피클과 칠리 소스를 준비했다.
역시나 어제와 다름 없이 맛있다.
오늘은 아무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맛은 변함없다.^^
이번엔 어제와 다른 자그마한 교회에서 열리는 음악회를 골랐다.
피아노가 빠진 현악5중주의 연주도
직접 눈앞에서 들으니 대규모 오케스트라 못지 않은 감동의 연주였다.
현악합주의 지휘자 격인 제1바이올린 연주자의 현란한 연주와 더불어 주체하지 못하는 몸동작,
때론 주도하기도 하고 때론 보조를 맞추는 제2바이올린,
전체 연주의 중심을 잡아주는 콘트라 베이스,
깊이 있는 소리의 매력을 한껏 발산하는 첼로,
자신은 튀지 않으면서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 내는 비올라,
5명의 현악주자들이 만들어 내는 음악은,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감동은 없을 지 모르지만 소박하고 따뜻한 감동은 충분했다.
기억 속에 저장시킨 요한 스트라우스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 연주는,
곧 보게 될 도나우강 강가에서 계속 귓가에 재생시킬 것이다.
음악회를 나와 크라코흐의 밤거리를 거니는데
또 다른 음악들이 우리를 즐겁게 한다.
구시가 광장 한 켠에 나이 지긋한 분이 현란한 아코디언 연주로 라틴음악을 들려주더니
또 다른 한 켠에서는 젊은 친구가 현란한 기타 연주로 게리무어의 블루스를 들려준다.
한동안 부족했던 음악적 카타르시스가
이틀동안 충만하게 우리를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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