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세계일주 배낭여행/유럽

2009_09_20 폴란드_크라코흐 : 쇼팽을 만나다.

에어모세 2009. 9. 28. 17:45


오늘 아침 7시 30분에 크라코흐(Krakow)행 열차를 타야한다.
아침 이른 시간이라 부담스럽긴 하지만 가장 싼 열차티켓이라 어쩔 수 없다.
새벽부터 일어나 옆 침대에서 자는 사람들이 깰까봐 조심스럽게 짐을 챙겨 나와,
아침을 달라고 자고 있는 스탭을 깨웠다.


미안하지만 난 시키는대로 했을 뿐이다.
어제 체크인하면서 우리는 내일 아침 일찍 나가야 하기에
아침식사를 못하니까 숙박비를 깎아달라고 했더니,
깎아주는 건 안되고, 스탭이 자고 있어도 괜찮으니까 깨우라고 분명히 얘기했다.


부시시하게 일어나 뭐라뭐라 투덜대면서도 아침식사를 차려주기에
성의를 봐서라도(?) 열심히 먹어줬다.
물론 빵과 버터, 시리얼이 전부지만...


생각해 보니 여행와서 처음타는 기차다.
조금 있으면, 아껴 두고 있는 유레일 패스를 가지고 질리도록 타게 되겠지만
어쨌든 처음 타는 기차인지라 느낌이 새롭다.


점심나절에 크라코흐에 도착한 우리는
역시나 숙소잡기에 나선다.


술냄새 풍기며 한 아저씨가 다가와 1인당 10유로씩 내고 자기집에 머무르란다.
아파트인데 깨끗하고 좋다며 열심히 설명한다.
한편으로 솔깃하면서도 왠지 믿음이 가질 않는다.
다른데 돌아보고 연락하겠다며 연락처만 받아가지고 돌아섰다.


인포에서는 숙소가 표시되어 있는 지도만 얻을 수 있었다.
제일 가까운 곳부터 찾아가 봤다.


우리는 이틀밤을 원하는데
더블룸은 조건이 안맞고, 도미토리는 오늘과 내일 방이 달라져 하루하루 옮겨다녀야 한다.
우리가 머뭇거리자 주인이 그럼 다른 호스텔을 알아봐 주겠다며
직접 인터넷을 조회해 방이 있는 숙소를 찾아 지도에 표시해 준다.
그러고는 짐을 이 곳에 맡기고, 알아보러 다녀보라고 한다.


조건이 괜찮아 보이는 호스텔이 있길래 짐들고 직접 찾아가 보겠다며 그냥 나오는데
도움이 못되서 미안하단다.
폴란드 사람들이 모두 그런건 지, 우리가 운좋게 좋은 사람들을 만난건 지
폴란드에서 만난 사람들이 모두 친절하다. 완전 감동이다.


다시 트램을 타고 한참을 가서 내려 걸어 가는데
지도에 표시된 호스텔로 보이는 곳에 간판이 보여 벨을 눌렀다.
이쁘장한 아가씨가 나왔다. 물어보니 우리가 찾던 숙소가 아니다.
아가씨가 길 건너편 어디쯤이라고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돌아서 나오는데 이 곳도 호스텔이지 않은가?
아가씨도 이쁘고(?) 친절하니 괜찮겠다 싶어 다시 들어가 설명을 들었다.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투숙객이 많지 않아 조용하고 깨끗하다.
가격도 적당해 그냥 여기서 머물기로 했다.
참, 뜻밖에 숙소를 정하게 되었다.


점심때를 놓쳐 배가 고파 얼른 마트에 들러 장을 봐서 음식을 해먹었다.
점심 겸 저녁인 셈인데, 어제에 이어 오늘도 의미를 부여한다.
결혼 1주년 기념 만찬인 것이다.

 

 


햄과 야채를 볶고, 스파게티 면을 삶아 함께 버무려 먹는다.
정말 맛있다. 여행 중에 벌써 여러번 해먹어 봤지만
결혼 1주년을 맞이하여 요리한 음식이어서 더욱 맛이 있다.


우리는 첫 결혼기념일을 맞이하여 아름다운 성이 있는 크라코흐에 여행 온 것이다.^^

 


설겆이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역시 크라코흐 성의 모습이 웅장하면서도 아름답다.
기울어가는 해의 노을빛에 그 자태가 더욱 빛난다.

 

 

 

 


성 자체가 중세의 모습을 간직한 역사적 유물이기도 하지만
그 주위로 데이트를 하거나 운동을 하고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시민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 곳 사람들은 정말 운이 좋은 것 같다.
우린,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중랑천변이나 거닐었었는데
이들은 아름다운 성을 바라보며 쉬고 운동하고 있으니...


유럽을 돌다 보니
유럽은 유적과 예전의 모습을 잘 보존해 가면서도
실제 시민들의 생활과도 조화를 잘 이루어 나가는 것 같다.
예전의 모습을 모두 낡은 것으로 치부하고 근대화를 외치며
콘크리트 직각으로 도시를 덮어 버린 한국의 도시들을 생각하면 왠지 답답해진다.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너도나도 일어나... 그렇게 부지런히 일해서
새마을을 만들었는 지는 몰라도 아름답고 행복한 마을을 만들었는 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밤이 되어 예정한대로 음악회가 열리는 한 성당을 찾아갔다.
오늘 드디어 쇼팽을 만나게 된다.^^
동유럽 도시에서 경험할 수 있는 친근한 음악회에 가려는 것이다.
물론 결혼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이벤트이다.^^

 

 

 

 

 

바로 어제 바르샤바에서 황당한 경험을 한 우리로서는 더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는데,
관객도 그리 많지 않고 음향시설도 없는 조촐한 무대이지만
수준급의 실력에 최선을 다하는 연주자들의 모습과
쇼팽의 아름다운 선율에 온 몸이 빠져드는 듯 하다.


쇼팽의 피아노 곡, 빗방울(Raindrop)을 피아노가 연주할 때는
정말 내 몸의 모든 감성이 살아나는 듯 하면서
내 마음에 그 어떤 욕구도 사라지며 평안함에 도취된 듯 했다.


여행을 통해 많은 것을 접하게 되지만, 반면, 많은 것을 제약받고 있기도 하다.
그 중에는 이처럼 음악을 통해 감성을 자극받고 카타르시스를 얻는 기회의 제약이 있었는데
오늘 모처럼 그 카타르시스의 세례를 흠뻑 받게 된 것이다.


바르샤바에서 만나지 못한 쇼팽을 드디어 크라코흐에서 만났다.

쇼팽을 만나게 된 크라코흐의 밤이 유난히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