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그리스 데살로니키를 떠난 비행기가 자정이 거의 다 된 시간에 체코 프라하에 도착했다.
예약된 숙소도 없다.
한인이 운영하는 숙소의 연락처를 몇 군데 적어 오긴 했는데, 지금 시간에 전화하는 건 실례다.
갈 곳이 있다 하더라도 지금 시간엔 택시를 타야 하고, 지금 시간에 체크인하면서 1박 요금을 내기가 아깝다.^^
처량하게도 비까지 추적추적 내린다.
결론은,
그냥 공항에서 밤을 보내는 것이다.
완전 노숙은 아니다. 그래도 비는 피할 수 있으니...
그나마 나는 침낭 뒤집어 쓰고 눈을 좀 붙였지만
아내는 짐이 걱정되어 뜬 눈으로 밤을 꼬박 새웠단다.
아침 8시, 적당한(?) 시간이 되었다.
준비한 연락처로 전화를 걸어 숙소를 정해 버스를 타고 찾아가니 9시가 조금 넘었다.
숙소 주인 어른께서 따뜻한 밥과 국을 준비하고 기다리시고 계셨다.
오늘 아침 우리는 밥과 동시에 가족의 따뜻한 정을 함께 먹었다.
몸도 마음도 편안해진 우리는
샤워를 하고는 둘 다 쓰러져 잠에 빠졌다.
늦은 오후 나절이 되어서야 일어났다.
프라하 시내를 돌아 보기엔 너무 늦은 시간이지만 야경이나 보러 갈까 생각하고 있는데
숙소 주인 어른께서 동네 축제가 있으니 가보라고 소개해 주셨다.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한 동네 축제,
주민들이 모여 음식을 팔고, 밴드의 공연도 보고,
신나게 먹고 마시고...
그 속에 나도 살짝 끼어든다.
아름답기로 유명한 프라하 관광보다 더욱 의미있고 재미있다.
하루 걸러 야간 이동을 하며, 힘든 고생을 하기도 하지만
바로 이런 기분때문에 그 고생도 감수되어지는 것일 게다. 아니, 그 고생 조차도 즐거운 것이다.
술기운이 점점 불콰해지자, 또 오버한다고 잔소리하며 걱정하는 아내에게 말했다.
가끔, 이런 '낙' 도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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