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세계일주 배낭여행/유럽

2009_11_10 영국_레딩 : 가족을 생각하다

에어모세 2009. 11. 23. 05:33

 


난 사실, 아이를 좋아하고 이뻐하는 사람은 아니다.
물론 천진난만하게 웃는 아이의 천사같은 모습을 안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마는
울거나 떼를 쓰거나 할 때도 꾸준히 아이를 이뻐해 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여행하면서 만난 아이들을 통해 새로운 느낌을 많이 받았다.


갑자기 아이들이 좋아진 건 아니지만
행복이라는 것이,
특히 가족의 행복이라는 것이 아이들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행복을 여행을 통해 찾고 누리려 하고 있지만
아이를 통해, 자녀를 통해 누리는 행복은,
나는 이해할 수 없는 또 다른 차원의 그 무엇임이 분명하다.


노력에 의해서, 어떤 계획과 실행에 의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닌
신이 주신 인간 본연의 행복...

 

 

 

여기 사촌동생은 나의 고모 고모부의 큰 아들이다.


고모 고모부 그리고 부모님께 차례로 전화 통화를 했다.
안부를 묻고, 이 곳에서 너무 잘 지내고 있다고 거듭 전했다.
어른들이 참 좋아 하신다.


계속해서, 동생의 외할머니이자 나의 친할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할머니가 깜짝 놀라시며 받으셨다.
내가 전화한 것도 놀래실 일인데
친손주와 외손주가 먼 타지에서 서로 만나서 연락했으니 더 놀라셨겠지..


할머니도 너무나 좋아 하신다.
당신의 자손들이 서로 잘 지내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으시단다.


형제간의 우애를 강조하는 말이 관성화 되어 있는 말이 되버렸지만
형제간의 불화가 있을 때, 가장 마음 아픈 사람이 부모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가장 큰 효도는 형제지간에 우애 있게 지내는 것이라는 말이 깊게 와 닿는다.

 

 


나 또한 내 인생의 행복을 바라는 사람이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했고
그녀와 일생일대의 이벤트를 실행하고 있는 중이다.


이번 여행을 통해
일상이 주지 못하는 행복을 누리기도 하고
일상이 주는 행복의 가치 또한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기도 하지만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고
그 가정 안에서, 위로 부모님과 옆으로 형제자매들과 아래로 자녀들을 통해
끈끈한 유대관계를 이루며 얻는 행복의 가치를 이제서야 새삼 깨닫게 된다.

 

나는 부모님께서 쏙 마음에 드는 아들이 전혀 아니었다.
게으르고 지맘대로이고 도움도 전혀 안되는...


더구나
동생도 한국에 없는 상황에서 우리까지 장기간 한국을 떠나왔으니
부모님께서는, 앞서 느낀 행복의 조건들을 완전 배제하고 계시고 있는 중이다...

 


그래...
내년엔 더 행복해져야겠다.
부모님도, 우리도...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경제적, 혹은 그 어떤 계량적인 능력의 기준으로는 턱없이 모자란 나로서는


그저...
가족을 이루는 성실한 구성원이 되는 수 밖에...


살갑게... 부대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