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세계일주 배낭여행/중동

2009_11_19 튀니지_시디부사이드 : 산토리니의 추억

에어모세 2009. 12. 6. 04:45


오늘은 튀니스를 나와 근교의 시디부사이드(Sidi Bou Said)로 향한다.
650원 짜리 교외전철을 타고 40여분을 달려 도착했다.


어제부터 우리가 다니는 곳마다, 유럽에서는 상상도 못할 관심과 주목을 한눈에 받고 있다.
거리에서 뿐만 아니라 전철안에서도,

신기한듯 우리를 계속 쳐다보는 것은 물론,
애, 어른 할 것 없이, 곤니찌와, 니하, 헬로... 등등 끊임없이 말을 걸어 온다. ㅋㅋ

 


시디 부 사이드에 가면 그리스의 산토리니를 떠올리게 될 것이라고
익히 얘기를 들었음에도,
정말로 산토리니의 이미지와 흡사한 마을 모습이 신기하기만 하다.


지난 10월 초, 산토리니의 추억이 어찌 안 떠오를 수 있을까?
햇살, 하늘, 석양, 아름다운 해안 절벽위의 마을,
함께 했던 친구들과 닭백숙...


다시 시간이 흐르고 난 뒤,
이 곳, 시디 부 사이드는
또 어떻게 추억되어 지고, 또 어떤 계기로 떠올려 질까?


미래의 그 때를 대비해, 하염없이 헤매며 시디 부 사이드를 눈과 마음에 담는 동안,
흰색과 파란색의 대비로, 마을 전체가 빛을 내 눈에 반사시키고
거기에 저 멀리 지중해와 하늘과 구름이 배경이 되어 주며
시디 부 사이드 특유의 매력적인 풍광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한편,
색채와 이미지에 있어서 분명 산토리니와 유사한 면이 있지만
창과 문, 기타 문양을 세심하게 살펴보면
산토리니와는 또 다른, 아랍풍의 그 무엇을 느낄 수가 있다.


사실, 기념품 가게의 기념품만 봐도 단번에 알 수 있다.

 

 

 

 

 

여기서 잠깐,
예전에 티브이에 한참 나왔던, 포카리스웨트 광고 촬영지가
산토리니라는 의견과 시디부사이드라는 의견이 분분하다.


오늘로서 두 곳 모두 가본 셈이 되었지만 나도 잘 모르겠다.
손예진 보느라 풍경은 자세히 못봐서리... ㅋㅋㅋ

 

 

 

시디 부 사이드는 프랑스 식민지 시절
프랑스 문인들이 사랑한 곳이라고 한다.
내로라 하는 당대의 유명 작가들이 이 곳에 기거하면서,
차를 마시고 시간을 보내며, 많은 명작을 남기기도 했다.


그들이 즐겨 찾았다는 카페에 우리도 가보았다.
왼쪽부터 앙드레 지드, 시몬느 보봐르 부인, 알베르트 까뮈의 사진이 차례로 걸려 있고
그들이 차를 마시던 테이블이 보존되어 있다.
그 테이블 위에서 앙드레 지드는 좁은문이라는 작품을 집필했다고 한다.


우리도 그 카페 한쪽에 자리잡고 앉아,
그들이 보고 느끼며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했던,
시디 부 사이드와 그 너머의 지중해를 바라보며
그들이 즐겨 마셨다는 민트차를 마셨다.

 

 



그들의 행동을 따라해 본들,
그들의 고매한 상상력까지 따라잡을 수는 없는 법,


나는 커피 마실 걸 괜히 비싼 민트차 마셨다고 투덜대고
아내는 햇빛에 얼굴 탄다고 투덜대며
한낱 속인에 불과한 우리의 속물적인 근성을 그대로 들어내고는
더 늦기 전에 숙소로 향했다.


다시 튀니스 숙소로 돌아오는 동안,
산토리니와 시디부사이드의 이미지는 흐릿해져 갔지만
산토리니에서의 닭백숙은 또렷하게 계속 생각난다.


여행은 향기나 냄새로 그리고 맛으로도 기억되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