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세계일주 배낭여행/중동

2009_12_01 시리아_알레포 : 웰컴 투 시리아

에어모세 2009. 12. 28. 13:35


오늘은 하마를 떠나 두 시간 여 걸려 알레포에 왔다.
알레포는 시리아의 도시 중 가장 관광지로 번성한 것 같다.
북쪽의 터키와 가까워서 터키인들이 꽤 많고 그 외 여행자들도 제법 있다.
그 때문인지, 수도 다마스커스 보다 오히려 활기 있다.

 

 

알레포에 도착하자마자 근처의 터키항공사 사무실을 찾아갔다.
아직 일자를 확정하진 못했지만 터키 이스탄불에서 이집트를 잇는 비행편과 가격이 궁금했다.
12월10일에서 15일 사이에 비행편이 인당 250불 정도라는데
직원이 약도와 아랍어 명칭을 적어주며 어떤 여행사 사무실을 가보란다.
그 곳에서 자신의 사무실 보다 더 저렴하게 비행기 티켓을 예약할 수 있단다.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친절이다.^^


가는 도중 지나가는 이에게 길을 묻자
우리를 이끌고 우리가 찾는 여행사 문앞까지 데려다 주고는
바쁘게 자기 갈 길로 돌아갔다.


여행사 사무실의 셔터가 내려가 있다.
문앞을 기웃거리니 안에서 사람이 나와 문을 열어주고
우리가 요구한 내용을 자세하게 알아봐 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원래 오후12시부터 3시까지는 업무를 보지 않는단다.


이 길지 않은 시간에 정말로 친절한 시리아인 세 명을 만났고
세 명 모두, 우리와 헤어지며 했던 한 마디, '웰컴 투 시리아'

 

시리아에 와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웰컴 투 시리아' 이다.
지나가다 마주치는 현지인들은 어김없이 아는 체를 한다.
적극적으로 말을 걸어 오기도 하고, 수줍게 눈인사를 하고 가기도 한다.
그러면서 어김없이 하는 하는 한마디가 바로, 웰컴 투 시리아 이다.


혹시나 길에서 뭐 좀 물어볼라 치면
주변의 여러 사람이 달라 들어 알려주려 애쓴다.

 

시리아인들은 친절하기로 유명하다.
어느 나라건 친절한 이들을 많이 만나왔지만
시리아인들 처럼 적극적이면서 착한 이들은 드물 것이다.
오죽하면 론리 플레닛이 추천하는 중동의 베스트 목록에,
이집트 피라미드, 요르단 페트라와 더불어 시리아 사람들을 꼽았을까...

 

 

 

숙소를 정해 짐을 풀고는 알레포 시내를 돌아 다녔다.
알레포성을 향해 가는 도중 모스크에 사람이 많길래 들어가 보니
무슬림이 아닌 외국인에게는 약간의 입장료를 받는다.
나중에 와보리라 생각하고 알레포성으로 향했다.

 

 

 

 

알레포성에 당도하니
이런.. 오늘 화요일은 문을 열지 않는단다.
다니다 보면 유독 우리에게 가는 날이 장날인 경우가 많다.


사실,
여행 중에 우연히 날자와 상황이 안 맞은 날 보다는 잘 맞은 날이 더 많았을 것이다.
오늘처럼 잘 안 맞은 날이 아쉬운 기억으로 더 오래 남기에
유독 우리에게 가는 날이 장날인 경우가 많다고 느끼게 되는 것 같다.

 

평소에도, 운 좋은 날이 운 안 좋은 날보다 많음에도 불구하고

운이 안 좋은 날이 더 깊이 오래 기억되기 때문에

자신이 운이 좋지 않다고 여기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그런데,
가는 날이 때마침 장날이면 좋은 거 아닌가?
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게 되었을까^^

 

 

 

발길을 돌려 아까 들렀던 모스크에 갔다.
입장료와 더불어 여자들은 어깨와 머리가 들어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특이한 외투를 빌려 입고 들어가야 한다.
아내의 모습이, 영화에 등장하는 마법사 같다. ㅋㅋㅋ


모스크를 많이 봤지만
이렇게 내부에서 자세하게 보게 된 건 처음이다.


달빛을 받아 내부 마당이 차분하고
한 켠에서 코란을 읽거나 기도하는 이들의 모습이 진지하다.
기도하는 시간을 나타내는 전광판과 남녀가 나뉘어 무언가를 들여다 보며 기도하는 모습도
우리에게는 그저 특이하고 신기할 뿐이다.

  

 

 

 

 

 

 

 

이어서 수크(시장)로 갔다.
시장에서 느끼는 활기야 어느 나라건 마찬가지이지만
중동의 시장에서 느끼는 활기는 남다르다.

 


입을 거리와 각종 기념품과 중고품을 파는 상점들과
올리브 비누와 갖가지 향료를 파는 곳을 지나 왔지만


역시나 그 중에서도 우리는 먹거리 시장에 제일 관심이 많다.
수북히 쌓여 있는 야채와 과일들은 보기만 해도 행복하다.
다른 음식은 입에 잘 맞지 않지만 과일 맛은 정말 달고 맛있다.


우리나라의 호떡과 그 생김새가 비슷한 빵 가게앞에서 기웃거리니
주인장이 맛보라며 몇 개를 쥐어 준다.
그걸 먹고 있으니
누군가가 이거와 함께 먹는 거라며 막 튀겨낸 과자 비슷한 걸 빵 사이에 껴준다.
또 누군가는 치즈를 듬뿍 퍼서 내 빵에 발라 준다.


정말 인심좋고 정겨운 사람들이다.


이들이 우리에게 시리아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했지만
우리로서는 이들을 우리의 여행과 추억 속으로 환영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