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동이 트기 전인 아침 6시 경
우리는 카이세리아에 내려졌다.
그리고 1시간여를 기다려 동이 틀 무렵 괴레메 행 버스에 올랐다.
카이세리아, 괴레메 모두, 카파도키아 지역으로 불리지만
많은 여행자들이 괴레메에 머무르며 카파도키아를 돌아 본다기에 우리도 괴레메로 향했다.
버스는 괴레메로 바로 가지 않고 근처의 어느 도시의 터미널에 내렸는데
각지에서 온 여행객들을 모아서 괴레메로 가려는 것 같다.
많은 여행자들이 모여 있는데,
놀랍게도 한국인들이 가장 많다.
중동을 지나 오는 동안 거의 보지 못한 한국인들을 한꺼번에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이야...
작은 사무실과 같은 공간에서 인사를 나누고 여행정보를 나눈다.
또, 우리가 갈아 탈 버스를 안내하는 이들이 숙소정보와 투어정보도 안내한다.
여타 중동국가를 다닐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
정보를 얻으려 혹은 흥정하려, 동분서주하거나 신경쓸 일이 없다.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많은 정보들을 접하게 된다.
우린 이런 호사를 충분히 누리기로 했다.
경험과 정보를 많이 가진 한국인들에게 자문을 구해
괜찮은 숙소와 이틀간의 투어를 모두 정해 버렸다.
이윽고 괴레메행 버스를 타고 숙소에 내려 짐을 풀고 바로 투어차량이 데리러 왔다.
알아서 데리러 오고 데리고 다니고, 알아서 끼니 챙겨주고 데려다 주니...
얼마나 맘과 몸이 편하던지...
카파도키아 지역 특성 상, 투어를 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돌아보기엔
오히려 시간적으로나 비용적으로 더 들어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유명한 카파도키아의 독특한 지형을 가장 잘 볼 수 있다는 장소가 첫번째 코스이다.
이미 말을 많이 듣고 사진을 봤었지만
직접 두 눈으로 보고 있으니 몇 갑절 신기할 뿐이다.
인간 문명의 역사가 아무리 길다고 해봐야
바람과 비가 만들어 낸 영겁의 자연에 비하면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미비하다는 생각에
눈앞의 장면을 보고 있으니, 신기하고 아름다움 그 이상의 무언가가 사람의 마음을 숙연케 만든다.
이 지역의 흙을 재료로 도예문화가 일찍부터 발달했다고 하는데,
도공과 상인, 제작과 판매, 공장과 상점, 거기다 투어 중간에 홍보 프로그램까지 추가되어
현재 기업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에 이르렀다.
미안하지만 나와 아내는,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많은 작품과 상품을 구매하지 않고 그저 감상만 했다.
다음 도착한 곳은 오픈 에어 뮤지움(Open Air Museum)이다.
노천 박물관이라고 해야 하나?
이 지역의 지형적 특징을 잘 이용한 옛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잘 보여준다.
집과 건축을, 갖다 붙여 세운 것이 아니라
부드러운 암석을 파들어가 만든 동굴 마을이다.
당시 현실 생활의 정점인 집과 당시 정신 세계의 정점인 교회가 모두 그 안에 존재한다.
맑고 푸른 하늘과 구름을 배경으로, 그 모습 또한 신비롭다.
그밖에도 자연이 만들어 낸 기묘한 형상들을 보기 위해
여러 곳에 들렀다.
누가 봐도 무엇을 닮았는 지 알 수 있는 것 부터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것 까지 다양한 암석들을 비롯해
광활하면서도 독특한 지형이 펼쳐져 있다.
알아서 흥미 있는 곳들을 잘 데려다 주니 너무나 편하게 좋은 구경을 했다.
가끔은 이런 방법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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