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안 그런 것 같던데,
내가 어릴 때만 해도 미국을 상징하는 것 하면
산 위에 미국 역대 대통령 얼굴을 새긴 큰 조각상 그림이었다.
바로 이 조각상이 바로 이 지역에 있다.
사우스다코타 블랙힐스(Black Hills) 국립공원 내의 러쉬모어 산이 그 곳이고,
오늘 묵은 곳이 이 관광지들의 거점 도시인 래피드시티 인 것이다.
러쉬모어 이정표를 따라 구불 구불 계속 가는데
우리 생각엔 산 꼭대기에 있으므로 곧 나타날 것 같은데 쉽게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결국 자동차가 산허리를 끼고 돌아 오르니 눈 앞에 조각상이 나타난다.
생각했던 거 보단 별다른 감흥은 없다. 일단 내려 사진을 여러 장 남긴다.
다시 차를 몰아 들어가려니 입장료는 없지만 주차비를 내라고 해서
이미 다 보고, 사진도 찍고, 별 다른 감흥도 없기에
그냥 차를 돌려 나왔다.
지금이야 인위적으로 경계를 나눠 몬타나 주, 사우스다코타 주 이렇게 불리지만
어제 지나 온 몬타나주의 리틀 빅혼 지역과 사우스다코타의 블랙힐스를 포함한 대부분의 지역이
아메리카 원주민 수(sioux) 족의 영역이었던 것이
100년이 조금 넘는다.
내일이면 일리노이에 살고 있는 정성은 선배를 만나는데,
오는 도중 몇 번 통화를 했었다.
그런데 우리가 이 곳을 들른다고 하니 성은이 형이 적극 추천한 곳이 바로 크레이지 홀스 이다.
크레이지 홀스는 세계 최대의 기념상이다.
60년째 공사중인 이 기념상은 높이가 170미터에 이른다.
말 탄 수족의 리더가 지평선을 가리키며
'내 땅은 내가 죽어 묻힌 곳이다 (My lands are where my dead lie buried)' 라고 말하는 듯한 모습을
사람들은 넋을 잃고 바라본다.
이 곳의 사연인 즉슨, 이렇다...
미국 중서부 개척시대에
이 곳에 살던 아메리카 원주민 수(sioux) 족과 미국은 협정을 맺고
미주리강 서쪽(지금의 몬타나와 다코타)은 수족이 살고, 동쪽은 미국의 소유로 인정했다.
하지만 금광이 탐이 난 커스터 장군이란 사람이 자신의 부대를 이끌고 수족과 전투를 벌였다.
이에 수족은 처절하게 맞서 싸워 커스터 장군을 사살하고 미국 부대를 전멸시켰다.
바로 이 전투가 아메리카 원주민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리틀 빅혼 전투 (Battle of Little Bighorn) 이고,
수족의 용맹한 족장 크레이지 호스에 의해 승리로 이끌었던 것으로
아메리카 원주민에게 있어서 그는 전설적인 영웅으로 길이 남게 되었다.
하지만 이 사건을 빌미로 미국은 엄청난 병력을 투입하여 협정을 어기고
수족의 영역을 모조리 빼앗아 버렸다.
크레이지 호스 또한 사살되고 말았다.
이러한 사연을 가진 이 지역에
1930년 대, 네 명의 미국 대통령 (워싱턴, 제퍼슨, 링컨, 루즈벨트) 조각상이 세워졌다.
여기에 몰린 시선의 최소한 균형만이라도 바라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후예들의 희망을 담아
조각가 지올코브스키(Ziolkowski) 가 1948년 화강암을 발파하기 시작하였고
1982년 그가 죽자 그의 자녀들이 작업을 이어 가고 있다.
미국 정부로부터 지원을 전혀 받지 않는 이 작업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으며
앞으로 언제 완성될 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나 왈, 우리 죽기 전에 완성될 수 있을까?
아내 왈, 우리 죽기 전에 다시 이 곳에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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