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용어를 짚고 넘어가자면,
우리가 흔히 쓰는 '인디언' 이라는 말은 단순히 인도 사람이라는 뜻일 것이다.
초기 신대륙을 발견한 이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인도로 착각하여
원주민들을 인디언이라고 부른데서 유래한 말이다.
미국을 세운 주류 백인들이 자신들의 침략 이미지를 가리고자 하는
다분히 그들의 관점이 묻어난다.
정확히 말하면 원래 아메리카 대륙에 살고 있는 원주민이므로
Native American 아메리카 원주민이 더 바른 표현이다.
어제 말했듯이, 이 사우스다코타 지역은
수(sioux)족이 살았었던 만큼 sioux 가 들어가는 지명이 많다.
수폴스, 수시티 등등
어젯밤 10시가 되어 수폴스에 도착해서 숙소를 알아 보는데
모든 숙소가 꽉 찼다.
여기 저기 돌아 다녀 봤지만 빈 방이 없단다.
하는 수 없이 1시간을 더 달려 수시티라는 곳에서 간신히 빈 방을 얻을 수 있었다.
만일 이 곳에서도 방을 얻지 못하면 밤새 일리노이를 향해 갈 생각이었다.
수폴스에서는 주말인데다가 무슨 행사가 있었던 듯 싶다.
아침에 수시티를 출발해 아직 눈이 덮인 아이오와를 가로질러 오후 늦게 일리노이 주에 접어 들었다.
가도 가도 끝없을 것 같은 옥수수 밭을 이리 저리 돌아 매콤(Macomb) 이라는 도시를 찾아간다.
바로 성은이 형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나중에 얘기 들어니 겨울이라 지평선이 보이지 여름, 가을에는 옥수수가 사람 키 이상 자라
길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무섭기 까지 하다고 한다.
암튼 계속 가도 마을은 안 보이고 밭만 보이자
성은이 형의 직업이 농부가 아닌 지 의심된다. ㅋㅋ
마을이 보인다.
매콤에 도착했다. 대학 도시답게
아담하면서도 깔끔하고 차분하다.
드디어 만났다.
우리 차를 먼저 보고 어린아이처럼 손을 마구 흔들며 펄쩍 펄쩍 뛰며 맞아준다.
머리를 길러 퍼머를 했는데, 베토벤 바이러스에 나오는 강마에를 따라했단다.
... 여전하다... (형! 그 때 말을 못했는데, 정말 잘 어울려)
10여 년 전, 한동안 친하게 어울리며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냈었다.
한 3년 전 쯤 서울에서 잠깐 본 후로는 처음이다.
정말 반갑다.
형수님도 여전히 미인이시고, 아이들도 많이 컸다.
내가 아는 형의 특징은, 뛰어난 감각과 구수한 소박함의 공존이다.
언뜻 들으면 유치할 지 모르지만 새겨 들으면 기발한 각종 유머 시리즈를 퍼뜨린 장본이기도 했다.
며칠 전, 전화 통화를 하면서
내가 주소를 묻자, 일리노이 주의 매콤(Macomb) 이라는 도시라고 알려주면서
그 지역 음식은 매콤하다고 하는 말에, 다른 사람은 안 웃을 지 몰라도
난 작은 눈을 뜨고 활짝 웃는 형의 모습을 떠올리며 실컷 웃었다.
형이 직접 만든 요리와 형수님의 정성어린 적녁 대접을 받으며
함께 간직한 추억들을 하나씩 꺼내어 '그때 그랬었지'를 연발하며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게다가 여행 얘기까지 더해져 밤이 깊어가는 줄을 모른다.
형의 처음 유학시절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얘기를 들으며
형의 노력과 성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의 미국 정착기는 모두 나에게는 간증과도 같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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