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는, 매콤과는 같은 일리노이 주이고 가깝다고 해서 진짜 가까운지 알았다.
왠걸 4시간이 족히 걸린단다.
하긴 미국에서 자동차로 4시간 걸린다는 것은 가까운 거리를 의미한다.
4시간이면 서울에서 대구, 좀 더 밟으면 부산까지도 내달리수도 있는 거리인 것을...
14-5시간을 하루에 운전한 적도 있는 우리는
가벼운 마음으로 4시간 걸려 점심시간을 조금 넘겨 시카고에 입성했다.
다운타운의 고층 건물들이 벌써 멀리서부터 시카고임을 알리고 있었다.
가운데 가장 높이 솟은 건물이 바로 130층의 씨어스 타워로 미국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다.
시카고는 씨어스 타워 뿐만 아니라
전설의 마이클 조단이 이끌었던 시카고 불스의 홈이고,
지금은 전혀 아니지만, 20세기 초 전설적인 알카포네를 비롯한 마피아들의 소굴이었고,
현재 전세계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신자유주의 물결의 경제학적 개념을 떠받쳐준 통화주의의 원류인 밀턴 프리드먼을 필두로 한 시카고 학파의 본산이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지금은,
버락 오바마의 정치적인 고향으로 가장 유명하다.
말해놓고 보니 시카고에 전설이라는 수식어를 많이 붙였는데,
세월이 흐르면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도 또 하나의 전설로 기록될 것 같다.
시내로 접어들었다.
뉴욕, 시카고와 같은 대도시는 지방의 소도시와는 전혀 다르다.
차량의 수가 엄청 많아 매우 복잡할 뿐 아니라
운전도 과격하게 하고, 보행자도 신호를 잘 지키지 않고,
도로는 공사하는 곳이 왜이리 많은지...
가끔, 서울은 그나마 양반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다.
이처럼 정신없는 시내 한가운데를 촌사람들이 들어 온 이유는 한 가지,
바로 소문난 피자집을 찾기 위해서다.
시카고의 또 하나 유명한 것이 바로 피자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점심 나절을 넘겨 배가 심히 고팠기 때문이다.
풍성한 치즈와 토핑, 두툼하면서도 고소한 빵
소문과 명성 그대로 아주 맛있게 먹었다.
예전에 누가 나에게 피자 좋아 하냐고 물었을 때,
내가 이렇게 말했다.
"느끼해서 별로에요, 2판 까지는 맛있는데, 3판째부터는 느끼하더라구요..."
"네? 2조각이 아니라 2판이요???"
"네!"
미시간호수와 시카고 강이 만나는 네이비 피어에 갔다.
시카고 강을 따라 배를 타고 가며
시카고의 마천루와 유명 건축물들을 설명과 함께 볼 수 있다고 해서 갔건만,
강이 얼어 붙어 운행을 안한다.
미시간호도 얼어 붙어 있었다.
다섯개의 큰 호수 중에 하나인 미시간호는 호수라고 하기엔 너무 크다
마치 바다와 같다. 지도를 보면 실감할 것이다.
수량도 풍부해서 미국 전 국토를 적실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물이 좋기로도 유명하다.
미시간호의 물이 시카고강을 타고 흘러 세인트루이스에 이르는데
이 곳에 버드와이저 회사가 있고,
미시간호의 위쪽에 접해있는 위스콘신 주에는 밀러 맥주 회사가 있다.
여기서 잠깐,
시카고 사람들은 버드와이저 맥주를 잘 안 마신다고 한다.
지금은 깨끗하지만, 예전에 시카고 시민들이 쓰레기와 오폐수를 마구 시카고강에 버려
시카고 강이 굉장히 더러웠었는데, 그때 부터 라고한다.
믿거나 말거나...
배를 못타게 되어서
네이비 피어 내의 위락시설들을 돌아봤다.
미시간호를 바라보는 전망과 시카고 다운타운의 마천루를 보는 전망도 나름 괜찮았다.
아주 추운 날씨에 배를 타는 것 보다
이렇게 실내의 아기자기한 볼거리를 두루 보며 다니는 것이 오히려 동화를 위해서 다행이다.
시카고의 밤이 왔다.
오늘밤은 마지막으로 동화 아빠의 선배되시는 분 댁에 들른다.
이민 초기 시절 하와이에서 함께 동고동락하며 지냈고, 여러모로 도움을 많이 주신 분이시란다.
저녁을 함께 먹으며 대화를 나눴다.
오바마에 대한 얘기를 여쭤봤다.
이 지역의 상원의원으로 있으면서 일찌감치 대통령감으로 추앙되는 분위기였었다고 한다.
또한 오바마가 하와이에서 성장한 인연때문에 더 관심이 있으신 것 같다.
지난 프레지던트 데이 공휴일에는,
이 곳에서 활동하던 시절 함께 농구를 즐기던 흑인 빈민가 친구들을 찾아
스스럼 없이 다시 농구를 하는 모습을 아주 훌륭하게 평가하셨다.
동화네 가족은 늦은 시간까지 선배 가족과 회포를 풀었고
우리는 일찍 씻고 잠들었다.
암튼, 동화 아빠 덕분에 우리도 여행 마지막까지
좋은 분도 알게 되고, 편하게 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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