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세계일주 배낭여행/남미

2009_07_04 볼리비아_바예그란데 : 체 게바라를 만나러 가는 길

에어모세 2009. 7. 9. 07:15

 

론리 플레닛 남미편에 보면

볼리비아 산타크루즈 편에 단 한 줄,

체게바라 트레일이 가능하다 라고 되어 있다.

 

단 한 줄만 가지고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 중에, 한국에서 발간 된 세계로 간다 남미 편엔 아무런 언급이 없고

영문판 론리 플레닛도 위에 말한 단 한 줄만 나와 있다.

관련 책을 또 구입하기도 뭐해서 인터넷을 뒤져 뒤져 몇 가지의 단편적인 단서만 얻었다.

 

산타크루즈에서 바예그란데(Vallegrande)로 가는 교통편이 있고

바예그란데에서 이게라(La Higuera)로 마을 사람들 몇몇에 의한 개별적인 투어가 가능하다는 거다.

 

아내에게는 고도가 낮고 따뜻한 곳에 가서 좀 쉬자고 산타크루즈에 가자 했던 거지만

사실, 위의 단편적인 정보만 믿고 바예그란데를 가기 위해 이 곳 산타크루즈에 온 것이다.

 

 

이틀동안 잘 쉬었으니 고행길에 나서 보자

바예그란데 가는 버스는 산타크루스 공용 버스터미널이 아닌 그 반대편 시 외곽 외진 곳에 있었다.

오전 9시에 출발해서 오후 4-5 시에 도착하는 버스가 있다는 정보를 물어 물어 얻고서는

오늘 아침 서둘러 갔건만 표가 매진 되었단다.

낡은 중고 버스에 자기 몸에 몇 배가 되는 짐들을 싸들고 짊어진 많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다행히 그 주변에 사설 운행하는 승합차들이 있다.

요금은 두 배지만 버스보다 빠르단다.

할 수 없이 1인당 60볼리비아노(8.5불) 를 주고 차에 올랐다.

승합차인데 운전기사 외에 정원을 꽉 채워 우리까지 모두 7명이 어깨를 좁히고 붙어 앉았다.

휴~~~ 차라리 버스가 낫겠다 싶다.

 

 

포장된 도로를 잘 가는가 싶더니 어느새 비포장 도로로 접어 들었다.

흙먼지가 장난 아니다.

문을 열면 밖의 먼지가, 문을 닫으면 안의 먼지가 날려 시야를 가릴 정도다.

아내와 난 연신 코와 입을 가리고 기침을 해대지만 같이 탄 동승객들은 먼지를 전혀 개의치 않는다.

나중에 볼리비아를 떠올리면, 태양, 파란 하늘, 그리고 흙먼지가 연상될 것 같다.^^

 

바예그란데가 가까워 지는 지 산이 높아지고 계곡이 깊어진다.

바예그란데(Vallegrande)는 valle(계곡), grande(큰), 즉 큰 계곡이라는 의미다.

 

저 산과 능선, 이 계곡을 누비고 다녔을 체 게바라를 떠올려 본다...

 

문득 한국의 지리산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지리산을 누볐던 빨치산들의 모습과 체게바라의 모습이 내 시야의 흙먼지속으로 겹쳐지며 지나간다.

 

산을 휘감고, 계곡을 돌고 돌아 흙먼지 날리며

출발한지 6시간이 되어 오후 4시쯤 도착했다.

일단 숙소부터 정하고 볼 일이다.

 

한 켠에 앉아 있는 할머니에게 숙소가 어디에 모여있고, 택시는 어디서 타냐고 물어보니

정확히 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호통치듯이,

"젊은 것들이 뭔 택시여 걸어서 위로 조금만 가면 돼야!!!" 마치 그러는 것처럼 들렸다.

하는 수 없이 할머니 눈치 보며 무거운 짐을 들쳐 메고 걷기 시작했다.

 

너무 힘들다. 계속 걸어도 숙소는 보이지 않는다.

온만큼이 아까워 그냥 계속 걷는다.

드디어 숙소가 하나 보인다.

너무 힘들어 다른 숙소 알아볼 생각도 안하고 그냥 있기로 했다.

이 곳 물가가 어떤 지 몰라도 트윈룸 60볼리비아노(8.5 달러)면 바가지 쓴 것 같진 않고, 시설도 나름 청결하다.

짐을 풀고 이게라(Higuera) 가는 정보도 알아볼 겸 나왔더니

숙소 주인장이 살며시 다가오더니 내일 이게라 갈거면 자기랑 가잔다.

차1대당 200 볼리비아노(30달러)라고 하니, 동행자2명만 구하면 1인당 비용이 낮아질텐데

이 시골에 동행자를 어떻게 구한단 말인가...

일단 오케이 했다.

 

일단 씻고 내일을 위해 일찍 잠을 청한다.

내일은 체 게바라를 만나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