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세계일주 배낭여행/남미

2009_07_25 칠레_라파누이 : 크리스토발과 호세는 파티를 좋아해

에어모세 2009. 7. 28. 15:50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하려고 하니
테이블위에 나에게 쓴 메시지가 적힌 종이가 놓여있다.
내용인 즉슨,
어젯밤 늦게까지 놀아서 오늘 오롱고에는 11시쯤 가자는 내용이다.

 


문법에 맞지 않는 영어 일지 몰라도
영어가 외국어인 이들끼리는 통하는 뭐가 있다.
전달하고자 하는 뜻이 무언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며칠 전 렌트카로 섬일주를 함께 했던, 건너방에 묵고 있는 크리스토발과 호세.
칠레 남부 푸에르토바라스에 살고 있고, 일주일간의 휴가를 즐기러 이스터 섬에 왔단다.

 


크리스토발은 파도타기를 한다며 서핑보드를 가지고 왔는데
사진 좀 찍어보려고 언제 바다에 나가냐고 물어 보면
날씨가 안 좋다는 핑계로 계속 미뤄 아직 타는 건 보지 못했다.
그렇지만 다른 건 몰라도 매일 밤 중심가에 나가 즐기는 것을 빼먹진 않는다.


함께 머물고 있는 동안에 계속 우리에게
스쿠버 다이빙하러 가자, 민속 공연 보러 가자 등등 뭔가를 함께 하자고 할 때 마다
우리는 비용을 감당하기 버거워 계속 거절했었는데,
어제 저녁에는 또 우리에게 내일 오롱고에 함께 가자고 했었다.
자동차를 한번 더 렌트를 한 모양이다.


안 그래도 언젠가는 오롱고를 가보긴 해야 되는데,
어제 많이 걸어 좀 피곤한데다 하얀 팔을 좀 태워보려고 반팔 소매를 어깨까지 걷고 다녔더니
빨갛게 익어 움직이면 옷이 닿아 아프고 여간 불편한게 아니어서
어떻게 할까 고민중이던 참이었다.


우리로서는 잘됐다 싶어 그러자고 했더니
내일 아침먹고 일찍 갔다오자고 하면서 또 밤을 즐기러 나갔다.


어제 그들의 파티가 많이 늦어진 것 같다.
그래도 약속을 잊지않고 11시에 가자는 메시지를 남긴 걸 보면
24살의 이 젊은 친구들, 참 착하고 어쩔땐 하는 행동이 귀엽기까지 하다.

 


여행 중에 보면 남미와 서구의 젊은 여행자들, 노는 걸 참 좋아한다.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니고, 저렴한 숙소를 찾아 다니며 아끼는 것 같기도 하는데
여행지마다 클럽이나 바에는, 꼭 한번은 들러 놀아준다.


더구나 옆방 친구들의 경우에는 일주일간 단기간의 휴가이니만큼
해볼 수 있는거 다 해보고, 매일밤 즐기는 것이 이해가 간다.

 


11시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서
아침을 먹고 동네 주변을 돌아 봤다.
궂은 날씨는 아닌데도 파도가 거세다.

 

 

 

오롱고로 향했다.
덜컹거리며 언덕을 오르니 항가로아 마을이 내려다 보이고
더 높이 올라서니 저 멀리 아후통가리키 까지 굽어 보인다.

 

 


중간에 라노카오(Rano Kao) 표지판이 있어 차를 세웠다.
라노카오는 사화산인데 그 분화구와 호수가 장관이다.
라노라라쿠의 분화구와는 비교가 안되게 크고 빛깔 또한 신비스럽다.

 

 


이 화산호는 섬의 상수원이라고 한다.
현무암 토질의 섬은 물이 고이지 못해 물이 부족하다고 들었는데
이 섬에 물이 풍부한 이유를 이제서야 알았다.


섬의 남쪽 끝 오롱고(Orongo) 까지는 차로 더 가야하지만
호세와 아내가 차를 가지고 가고, 크리스토발과 나는 분화구의 능선을 따라 걸어갔다.
화산호와 바다 사이를 걷는 기분이 너무 좋다.

 


오롱고는 옛날부터 이어지는 의식이 행해지는 곳이란다.
1년에 한번씩 부족간의 경쟁을 통해 섬의 통치자를 정했다고 한다.
그 방법은 건너편의 조그만 섬에 군함새의 알을 누가 먼저 가지고 오는가 이다.

 


지형을 보니 높다란 절벽에다 바다를 헤엄쳐서 가야 하므로
부족간에 용맹을 뽐내는 의식이었던 걸로 생각된다.


망망대해가 넘실거린다.
이 곳이 남태평양의 고도임이 실감난다.

 

 

 


다시 덜컹거리며 마을로 내려왔다.
덕분에 편하게 구경 잘했기에, 렌트비에 보태라고 5,000페소를 건넸다.
그랬더니 펄쩍 뛰며 안 받는다.
우리가 너네를 초대한 셈이니 돈을 받을 수 없단다.
계속 권하면 오히려 무례가 될 것 같아 두세번 권하고는 도로 집어 넣었다.


숙소에 오자마자 모두 배가 고팠는지
우리는 우리대로 그들은 그들대로 부엌에서 뚜닥뚜닥 점심을 해먹었다.


그리고는 오후내 쉬다가 다시 저녁을 해먹으러 나왔는데
긴 낮잠을 자고 일어난 크리스토발과 호세는 나갈 준비로 바쁘다.
크리스토발과 호세의 파티는 오늘도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