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세계일주 배낭여행/유럽

2009_09_06 스페인_세비야 : 세빌리야의 사진사

에어모세 2009. 9. 16. 00:26


오늘은 그라나다를 떠나 세비야에 간다.
세시간 걸려 버스로 이동해 오후 나절 세비야를 돌아 보고
야간 버스를 타고 포르투갈로 들어 갈 예정이다.


안달루시아 지역에는 유명한 세 개의 도시가 있는데
그라나다, 코르도바, 세비야 이다.
세비야는 안달루시아의 주도로서 안달루시아 역사와 문화의 중심이면서
우리에게는 오페라 세빌리야의 이발사의 무대로도 익숙하다.

 


오후 2시 경 세비야에 도착했다.
아이구야... 너무나 덥다.
시내 곳곳의 전광판에 섭씨 41도 표시가 깜박거린다.


세비야에 오늘 머무르지 않고 밤에 포르투갈로 이동할 예정이어서 부지런히 다녀야 한다.

더위를 뚫고 길을 나선다.

 

처음 찾은 곳은 스페인 광장이다.
스페인 광장이라 이름 붙여진 곳이 많다.
마드리드에도 있고, 바르셀로나에도 있고, 심지어 이탈리아 로마에도 있다.
안달루시아의 중심인 이 곳 역시 이슬람 문화의 영향이 드러난다.

 

 

 

 

 

 
스페인 광장 한 곳만 들렀을 뿐인데
더위에 금방 지쳐버렸다.
일단 터미널에서 포르투갈 리스본행 버스를 예매하고 좀 쉬어야겠다고 생각하고
터미널에 갔는데, 이런... 표가 매진 되었단다.
인포에 다른 방법이 없는 지 도움을 청했더니
상냥한 스페인 아가씨가 유로라인 버스를 안내해줬다.
하지만 창구는 밤 10시에 문을 여는데다 표가 있을지는 자신도 장담할 수 없단다.


하는 수 없이 다시 시내로 들어갔다.
오늘 포르투갈에 갈 수 없을 지 모른다는 걱정도 들지만
그냥 여기서 하루 머물면 되지 하고 단순하게 생각하니 맘이 편하다.


세비야가 참 아름답다.
세계에서 규모나 예술적 측면에서 손꼽히는 대성당을 비롯해서
도시 곳곳의 풍경들이 예사롭지가 않다.

오늘도 나는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브라질에서 친구에게 사진에 대한 특강을 들었던 터다.
사진기를 다루는 기술적인 부분부터 구도, 빛조절 등등.
하지만 직접 활용하려니 쉽지가 않다.
(친구야! 너무 기대하지는 마려무나^^)
그래도 우리는 오늘 세빌리야의 사진사가 되어 세빌리야를 누빈다.

 

 

 

 

 

 

 

 

 

한참을 누비니 다시 지친다.
더위만 아니면 더 좋은 기억으로 남을텐데
세비야의 아름다움이 더위로 인해 반감되고 있다.
내가 그동안 무시해 왔던 스타벅스가 오아시스로 보인다.


내용도 모르고 음악도 전혀 모르지만
세빌리야의 이발사 라고 하는 제목 만큼은 너무나 익숙한데
더위에 지친 나는, 예전에 보았던 영화 개그맨이 생각났다.


내가 너무나 좋아했던 배창호 감독의 조감독으로 있던
이명세 감독의 초기작으로 배창호 감독이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더운 여름 한낮의 나른함으로 가득찬 이발사가
손님 하나 없는 이발소에서 파리를 잡던 장면이 자꾸 생각나는 것이다.


지금 이 곳 세비야의 더위 정도면 손님도 없는 이발소에서
세빌리야의 이발사 또한 파리를 잡거나 나른함에 취해 있을 것이다.


어디에도 없을 만큼 아름다운 세비야에서
어디에나 있는 스타벅스 커피숍에 앉아 에어컨 바람을 쏘이며
엉뚱한 상상에 몰두한다.

 


다행히 버스표를 끊었다.
오늘밤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갈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세빌리야의 사진사는 그만 두고 리스본의 사진사나 되어볼까^^
스페인에서 포르투갈로...
얼마 전에도 스페인어를 쓰는 여러 남미 나라를 거쳐 포르투갈어를 쓰는 브라질로 갔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