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유럽여행 때 가보지 못한 이유도 있지만
스페인의 안달루시아 지방에 꼭 가보고 싶어
스페인 일정을 따로 떼어 유럽에서 가장 길게 열흘 정도 잡았다.
안달루시아에 대한 막연한 동경 같은 것이 있다.
짚시, 플라멩고, 투우 그리고 이슬람 문화와 기독교 문화의 조화...
겉으로는 정열적이면서 내면엔 애수가 짙게 밴 감정과
건조한 언덕위의 노을빛 이미지가 떠올려 진다.
스페인은 지리적으로 유럽의 서남쪽 끄트머리에 위치해
그 지리적인 조건으로 인해 근대에는 신대륙 진출의 선봉장이었지만
그 이전 중세 시대엔 이슬람 세력의 지배하에 있었다.
유럽 전역이 로마의 지배에서 벗어난 이후에,
동남쪽으로는 발칸반도가 투르크족 이슬람 세력과 다툼이 잦았다면
서남쪽의 스페인은 지브롤터 해협 건너편 아프리카 북부 이슬람 세력과 대립해왔다.
8세기 이후부터는 스페인이 이슬람 세력의 지배하에 있었고
16세기가 되어서야 기독교 세력이 스페인을 장악하게 되었다.
그 오랜 세월 이슬람 문화가 꽃 피웠고
그 위에 기독교 문화가 덧씌워졌다.
따라서 스페인은 여타 유럽과는 조금 다른 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슬람 문명과 지리적으로 조금 더 가까운
스페인 남부, 바로 안달루시아 지역이 그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이 그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정오가 되어 그라나다에 도착했다.
버스터미널 인포에서 숙소를 하나 소개받아 찾아갔더니
호스텔이 아니라 아주 괜찮은 호텔이다.
비용을 생각해서 주로 백팩커 호스텔을 전전하게 되는데
가끔 이런 저가의 호텔을 만나는 행운도 있다.
호텔식 더블룸 40유로에 깔끔하고 아침 포함이고 무선인터넷이 된다.
오히려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의 호스텔보다 저렴하다.
물론 남미를 생각하면 가슴이 철렁하지만서도......
에잇.. 이제 물가 타령은 그만하자... ㅋㅋㅋ
알함브라 궁전에 가기에는 늦은 시간이라
그라나다 시내를 돌아 본 후에
알함브라 궁전 건너편 알함브라를 조망하기에 가장 좋다는 곳으로 갔다.
이 곳에도 사람들이 꽤 모여 있다.
알함브라의 전경도 멋있고 내려다 보는 그라나다도 멋있다.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 보다는 훨씬 현대적이긴 하지만
나름 그 이미지에 눈 앞의 광경을 대입시켜 본다.
알함브라를 한참 바라 본 후,
뒤를 돌아 보니 바로 앞에 흰색의 교회가 이쁘게 자리잡고 있다.
비록 소박하게 서 있지만 기나긴 세월 알함브라를 바라보며 그 자리를 지켜왔겠구나 생각하니
그 교회를 보는 감회도 색다르다.
올라 갈 때는 버스를 타고 갔지만
내려 올 때는 느긋하게 걸어 내려왔다.
버스타고 가면서 보지 못했던 그라나다의 상세한 모습들을 사진기에 담는다.
숙소로 돌아와 오랜만에 인터넷을 연결하여
부모님과 화상통화도 하고 블로그에 지난 여정의 사진도 올린다.
내일의 알함브라 궁전을 기대하며 잠자리에 드는데
창밖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클럽음악과 술취한 이들의 소음이
다시 떠올린 안달루시아의 노을빛 이미지를 무참히 깨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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