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에서 버스를 타고 3시간여를 달려
오후 2시쯤 포르투갈 북부의 포르투에 도착했다.
일단 스페인 마드리드행 야간버스를 예약하러 갔다.
가는 길에 세익스피어를 연상케 하는 Shakes Beer로 이름진 맥주바가 재미있다.
아마 이 집의 맥주는 거품이 많을 것 같다.^^
시내 중심에 위치한 어느 교회의 우뚝 선 탑에 올랐다.
포르투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구시가 집들의 지붕과 성당이 아름다운 풍경을 이루고 있고
포르투를 가로지르는 강과 그 건너 와이너리 공장들 또한 그 풍경에 어우러진다.
이제는 포르투를 가까이 보기 위해 탑에서 내려와 시내로 들어갔다.
시청사 주변과 대성당 또한 웅장하고
관광객이 그다지 많지 않아서 그런지 생각보다 깨끗하다.
구시가 안으로 직접 들어가 보니
탑 위에서 보았던 것과는 다르게 어째 좀 지저분하다.
관광 중심지라고 특별히 관리되고 있는 것 같지가 않다.
그냥 서민들의 삶이 그대로 담겨 있다.
편안한 차림으로 길에 나와 담소를 나누고
장난치기 바쁜 코흘리개 어린이들이 골목을 누비고
집집마다 빨래들이 널려 있어 또 다른 풍경을 만들고 있다.
점점 지저분하다는 생각보다는 정겹다는 생각이 든다.
언어도 통하지 않고 짧게 머물다가 곧 떠나는 상황에서,
얼마나 많은 느낌을 얻을 수 있겠는가 마는,
포르투갈인들, 특히 거리의 평범한 서민들이 참 따뜻한 마음을 지닌 것 같다.
단순히 여행객에게 잠깐의 친절을 베푸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묻어 난다.
물론 남미인들도 대부분 순박하고 착하지만
호시탐탐 여행자들을 노리는 이들이 도처에 있어 긴장을 늦추지 못했는데
여기서는 마음이 편안하고 느슨해진다.
포르투와 마찬가지로 어제 리스본에서도,
거리와 지하철에서, 장애인을 배려하는 행동과 걸인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충분히 느꼈다.
한번은 지하철에서 장난꾸러기 아이들이 하도 말을 안들어
아이들 엄마가 너무 속상한 나머지 눈물을 흘리자
주변 사람들이 그 엄마를 안아주며 위로해 주고 아이들을 조심스럽게 달랬다.
난 처음에 일행인 줄 알았는데 각기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을 보니, 서로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바르셀로나에서 만난 포르투갈에 사시는 한국분께 들은 얘기로
유럽의 거지들이 포르투갈로 원정을 온단다.
포르투갈 사람들이 그만큼 동정심이 많다는 것이다.
그 얘기를 들을 땐, 그저 우스개 소리로 조금 과장된 얘기로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이 곳에서 살고 있거나 오래 머무르는 사람들 중에
혹여, 내 생각이 순진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만일 그렇다면,
포르투갈에 단지 이틀 머물면서 이런 느낌을 받으며 기분 좋았던 우리가 행운이던지,
아니면, 우리에게 좋은 이미지로 남은 포르투갈인들이 행운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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