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세계일주 배낭여행/중동

2009_12_13 요르단_와디럼 : The Sound of Silence

에어모세 2010. 4. 22. 00:32

 

 

우리가 이틀밤을 묵은 이 곳 숙소는

배낭여행객들 사이에서 유명한 숙소이기도 하지만

와디럼 투어를 저렴한 가격에 운영한다는 말을 듣고 온 것이다.

 

아침 일찍 서둘러 채비를 차리고

어제 페트라에서의 감동과 그 여운을 안고서 와디럼으로 향한다.

 

와디럼은 요르단 최남단 홍해와 접해 있는 아카바와 아주 근접해 있다.

바다 근처의 사막,

안개 자욱한 사막,

이전에 상상해보지도 못한 그림들이 실제 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안개 자욱한 길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간다.

 

 

 

 

 

어느새 안개가 걷히고 구름 한 점 없는 사막의 하늘이 눈부시다.
투어 사무실에서 오늘 함께 투어에 참여하는 일행을 기다리며
우리가 타게 될 낡은 소형 트럭에 올라 타 보았는데
오늘, 눈은 즐겁겠지만 엉덩이는 상당히 고생할 것 같다.^^

 

 

 

 

 

 

자, 출발이다.
처음에 염소떼와 낙타들을 유목하는 사막의 목장같은 곳에 들렀다.
나를 보는 낙타의 므흣한 웃음이 재미있다.


사막을 유유히 거니는 낙타...
이제야 상상했던 사막의 모습이 나타난다.

 

 

 

 

 

다시 트럭을 타고 본격적으로 와디럼 사막으로 들어 갔다.
거대한 암벽으로 둘러 쌓인 곳에 도착했다.

 

와디럼 사막은,
아랍독립운동의 영웅인 영국인 장교를 모델로 한 영화,
아라비아 로렌스의 배경이 되는 곳이다.


이 지점은 로렌스가 물을 끌어다 급수시설을 만든 곳이라 한다.

 

 

앞의 풍광이 너무나 멋있기에 더 좋은 광경을 보고자
뒤쪽 바위산 위로 오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역시 사막과 거대한 암벽 그리고 태양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장관이다.

 

 

 

 

 

 

 

 

 

 

 

이 곳에도 어김없이 인간의 생활 터전이 있다.
천막에는 현재 생활의 흔적과 더불어
관광객들을 유혹하는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고 따끈한 차를 팔기도 한다.

 

 

 

 

 

다시 차를 몰아 도착한 곳은
암벽이 갈라져 만들어진 시크라고 불리는 협곡이다.


페트라에서 더 크고 깊고, 게다가 그 속에서 세워진 문명의 흔적까지 보았기에
색다른 것은 없었지만
사막 한가운데 이런 거대한 암벽이 우뚝 서 있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시크들을 보면서,
인간이 상상하지 못하는 자연의 신비로움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이번에 도착한 곳은
모래언덕을 오르고 다시 그 위의 암벽을 타고 꼭대기에 올랐다.

 

황량한 모래사막과 그위에 마치 산과 같이 우뚝 서 있는 암벽들...
작렬하는 태양과 그 빛을 받아 발산하는 색감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이다.


그 독특함은 시각적인 것에 의해서만이 아니다.
이 곳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 침묵 그 자체이다.
이 상황이 이 곳을 더욱 신비롭고도 아름다운 세계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 상태...
나로서는 실로 처음 경험해 보는 것이다.


그러기에 현실이 아닌 듯,
꿈 속에 있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에 젖는다.

 

 

 

문명은 소음을 동반한다.
도시생활에서 우리의 귀는 그 소음에 확실한 면역력을 갖고 적응하고 있다.
하물며 깊은 산골에 있다 하더라도 완전한 침묵을 경험하긴 힘들다.
또다른 자연의 소리가 들려 올 것이다.

 


반면 이 곳은 완전한 침묵의 공간이다.
만약에 소리가 있다면 그것은
사이먼과 가펑클이 노래했던 침묵의 소리(The Sound of Silence)일 뿐이다.


침묵의 소리를 들으려 귀를 열어 보지만 들리기 만무하다.
과연 침묵의 소리란 무얼까......
 

 

 

 

 

 

 

 

 

 

우리는 자동차, 기계, 매스미디어, 인터넷, 전화 등등
문명이 내뿜는 소리에 노출되어 있다.
오히려 이 상황에서 벗어나길 두려워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모든 소리가 배제된 침묵에서 차분히 눈을 감고,
그 누구도 배제된 나 자신과의 독대에서 들리는 소리, 느낌, 깨달음...
바로 이것이 침묵의 소리일까...


이 상황이 익숙지 못한 나로서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아직 그 경지에 이르지 못함을 깨닫는다.
이내 외로움이 찾아들었고
들리지 않는 침묵의 소리를 뒤로 하고 하산한다.

 


저 멀리 아내가 보이고
우리를 다시 문명으로 인도할 자동차가 기다리고 있다.
또 누군가는 허공에 자일을 의지하며 이 침묵의 현장을 몸으로 누리고 있다.

 

 

 

 

 

다시 한참을 가는 동안, 그만, 자동차가 퍼져 버렸다.
완전 외딴 곳에서 벌어진 아주 난감한 일임에도 누구 하나 조급해 하지 않는다.
오히려 도시 한복판에서라면 조급해 했을 우리일텐데...


문명은 우리를 바쁘게 내몰지만
자연은 우리를 느리게 풀어준다.
현실은 우리를 숨가쁘게 하지만
여행은 우리의 숨을 고르게 하는 것 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안내자이자 운전사인 친구가 애씀으로 다시 타고 갈 수 있게 되었다.

 

 

 

 

 

노을빛에 사막이 붉게 물들자
우리는 숙소에 도착했다.
천막이 아늑하고 정겹다.
 

 

 

 

 

 

 

 

사진으로 도저히 담을 수 없는
쏟아질 듯한 별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별똥별의 향연...
내 생애에서 가장 많은 별을 보게 되는 밤이다.

 

침묵의 소리와 별들의 소리를 결국 들을 수 없었지만
이 소리들이 왠지 오래 오래 기억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소란하고 시끄러운 현실로 돌아 간 그 어느 날 꺼내어 볼 추억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