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세계일주 배낭여행/아시아

2009_12_19 태국_방콕 : Air & Ground - 하늘과 땅? 허공과 대지!

에어모세 2010. 4. 30. 23:38

 

 

그동안 마사지와 맛있는 음식에 빠져
정작, 방콕 시내를 많이 돌아보진 못했다.

오늘 부지런히 좀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준비를 하는데
어제 먹은 것이 잘 못 되었는 지, 아내가 불편해 보인다.


자기는 숙소에서 쉴테니 나 혼자 나갔다 오라는 얘기에,
맞다! 그러면 되겠네... 그 동안에는 왜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뭐가 좋아서 그랬는 지, 뭐가 걱정되서 그랬는 지, 어떻게 하루 24시간을 꼭 붙어 다녔을까?


둘이 함께 하는 여행이지만 가끔은 혼자만의 시간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여행이 거의 끝나가는 이 시점에 서로가 공감하게 되었다. ㅋㅋㅋ

 

혼자 나섰다.
혼자만의 시간을 누리는 기대가 크다.
방콕의 이 곳 저 곳을 한나절 쏘다녔지만
모처럼 주어진 혼자만의 시간에, 이번 여행과 아내에 대한 생각을 역시나 한나절을 했다.^^

 

 

 


예전에 누군가가 이 블로그 명으로 쓰인 'Air & Ground' 의 의미를 물은 적이 있었는데
정말 몰라서 물었다기 보다는
나와 아내를 하늘과 땅으로 표현한 줄 알고 그 의미를 확인하기 위해서 였던 것 같다.


사실 Air는 나고, Ground는 아내를 의미하는 뜻으로 블로그 명을 지었다.
하지만, Ground는 땅이 맞지만, Air는 결코 하늘이 아니다.
Air는 그냥 공기, 공중, 허공일 뿐이다.
나에게 그 의미를 물은 이가 짐작했을, 봉건적이고 가부장적인 남녀 부부관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청소년 시절 Airsupply 라는 팝밴드를 좋아 했다.
각별하게 좋아 한 건 아니었어도 그들의 노래들을 즐겨 들었고,
신선한 기운을 제공하고 싶다는 의도의 밴드 이름이 참 마음에 들었다.

 


미국 프로농구와 마이클 조던에 열광한 적이 있다.
승부에는 전혀 관심 없었으면서도
흑인들의 순간적인 탄력과 서로의 땀이 뒤엉키고 어깨를 부딪치는 모습에 열광하기도 했고,
무엇 보다도 중력에 맞서서 가장 높이 뛰어 오르는 모습이 나를 사로잡았다.
마이클 조던의 닉네임이 바로 'air 조던'이다.


그때부터 나는, 각종 사이버상의 아이디로 air 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난 성실하거나 다부진 것 하고는 거리가 멀다.
지금까지 살아 온 삶도, 남들이 가는 보통의 과정들을 뒷북치며 따라다녔을 뿐이다.

 

어느날, 나를 많이 아끼는 어떤 분이 나보고, 사회부적응자 라고 했다.
오히려 난 그 말에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기준에 모자라다는 것이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았다.
단지, 그 기준들에 맞춰 살기를 무척이나 싫어했음이 드러났을 뿐이다.


난 그냥 밋밋하고 단순하고 맥없이 살아 왔다.
객관적이기 보다는 나만의 세상에, 현실 보다는 공상에 빠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 난 허공(Air)이었다.
집요한 마음가짐도 없었고, 알찬 알짜는 더 더욱 아니었다.
그저 혼자, 나만의 허공을 떠도는 가볍디 가벼운 존재의 기운이었다.
간신히 겨우 참을 만한 존재의 가벼움으로 살아 온 것이다.

 


이런 나에게 큰 대지의 기운이 찾아왔다.
가볍게 나풀거리는 나를 얼마든지 받아줄 수 있는 그 안정된 평안함으로 찾아왔다.

굳건히 지탱하고, 넉넉하게 감싸고 떠안아준다.
마치, 어머니의 품과 같이...


바로 아내다.


우리는 Air 와 Ground 다!
하늘과 땅이 아니다. 허공과 대지이다! ㅋㅋㅋ

 

( 가끔 혼자 글꼬리를 이어 가다 보면, 말도 안되는 오버의 세계로 빠져 들곤 한다.^^)


 

 

어쨌든, 아내는 나보다 마음이 크다.
나를 충분히 품어 안고도 남는다.
아내는 어머니다.

 

 


 

내가 세계일주를 제안하며 청혼했을 때,
아내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하지만 직접 부딪쳐 보니 자신이 생각했던과는 너무 많이 달라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안락하고 낭만적인 여행을 상상했었겠지...

 

1년 가까이 집을 떠나 산다는 게, 아니, 떠돌아 다닌다는 게,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꿈의 실현이라는 생각으로 하루 하루 최고의 행복을 누렸다고 자부하는 나 자신 마저도 정말 힘겨울 때가 종종 있었다.
더구나 아내는 여자로서 겪은 불편함 또한 많았을 것이다.


자신이 집에 가고싶어 여러번 눈물짓기도 했으면서도
때로는 오히려 나를 독려하고 북돋워 주면서
끝까지 함께 했음이 너무나 고맙고 뿌듯하다.


남은 인생을 살면서
감히 어느 누구도 갖기 힘든 소중한 추억을 함께 만들고 함께 소유할 수 있음이
이 여행의 가장 큰 보람으로 삼고 싶다.


아내가 있었기에
이번 여행이 가능했다.
계획은 내가 했지만 계획대로 이루어 낸 건 아내의 공이다.


만약에 혼자였더라면 이 오랜 기간 동안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힘들었던 순간, 외로웠던 순간,
나는 아내를 크게 의지했고, 아내로부터 위로 받았다.

 

 

 

 

오늘 하루 혼자서 방콕을 누비고 다녔다.

물론 아내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긴 했지만...

 

또 다른 방콕의 다양한 모습을 보았다. 

아름다운 사원,

강변의 풍경,

화려한 다운타운과 그 속에서도 뿌리깊게 자리잡은 종교적 순수한 기원들...

 

나도 따라 손과 마음을 모았다. 아내에 대한 고마운 마음과 함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