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세계일주 배낭여행/아시아

2009_12_23 홍콩, 한국 : 집으로 ...

에어모세 2010. 6. 4. 14:23

 

 

아쉽게도 애초 계획보다 대폭 줄어들긴 했지만...

 

< 아시아 여행 경로 >

 

 

 

우리 여행의 마지막 아침이 밝았다.

그로 인한 특별한 감회를 애써 떠올려 보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설레는 마음에 이내 상쇄되었다.

여행 그 자체와 여행의 감회는, 앞으로 차분히 돌이켜 정리해 보도록 하고,

오늘 만큼은 반가운 만남에 대한 기대와 설레임에 흠뻑 취해 보려 한다.

 

 

숙소를 나와 홍콩 공항으로 데려다 줄 공항버스를 기다리는 아내의 모습은,

지나온 여행의 지친 모습과 곧 집으로 돌아간다는 안도의 여유가 섞여 교차하는 듯 보인다.

불현듯, 자신의 집을 짊어지고 사는 달팽이의 모습이 연상된다.

  

 

 

 

 

일찍이 이적 선생께서 노래하시길,

'언젠가 먼 훗날에 저 넓고 거치른 세상 끝 바다로 갈거라고' 달팽이가 말했다고 했다.

 

우리가 우리의 모든 살림살이를 짊어 지고 1년 동안 지구를 한 바퀴 돌아 왔지만

달팽이에게는 아마도, 세상의 끝, 바다라고 믿고 있는 연못을 한 바퀴 겨우 돌아 오는 시간일 것이다.

 

어쩌면 우리도 달팽이 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봤다.

우리가 돌아 보고 온 것은 세상 끝 바다가 아니라 어쩌면 작은 연못일 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우리 인식의 틀과 경험의 범위는 상대적일 뿐만 아니라 늘 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아무도 못 봤지만 기억 속 어딘가 들리는 파도소리 따라서 나는 영원히 갈래' 라고도 했던 것 처럼

더 깊고 넓은 사고와 인식의 지평으로 향하는 여정은 영원한 삶의 과제일 것이다.

더불어, 새삼 내 자신의 틀과 한계에 대한 겸손의 자세를 성찰해 본다.

 

 

 

 

그동안 숱하게 탔던 비행편 중 우리의 마지막 비행편인 홍콩발 인천행 케세이퍼시픽 항공기에 올랐다.

대부분 한국인인 비행기 내부는 익숙한 공기로 가득 차 있었다.

익숙한 언어, 익숙한 외모, 익숙한 향 까지...

 

 

어처구니 없게도 영화를 보면서 하염없이 울었다.

아내는 '킹콩을 들다', 난 '국가대표' 를 봤다.

영화가 끝나갈 무렵, 비행기가 한국 상공에 접어들 즈음

울음 가득한 서로를 바라보며 민망하게 눈물을 닦았다.

 

영화는 생각보다 별로 였다.

진부한 웃음코드, 진부한 캐릭터들... (하지만 마지막 부분의 해설자는 내 생각엔 최고의 코믹 캐릭터다.)

마지막에 태극기 걸어 놓고 애국가만 안불렀어도 그나마 좋았을 걸...

그럼에도 스키를 타고 스피드하게 내려오다 힘차게 도약하여 하늘을 날아 오를 때는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도대체 왜? 난 뜬금없이 눈물을 쏟았을까?

 

갑자기 애국심이 솟구쳐 올라서?

곧 만나게 될 가족들 생각에?

너무나 먹고 싶어 했던 것들을 이제 먹을 수 있으니까?

1년간 고생했던 생각에 북받쳐서?

그 1년을 버텨준 아내에게 너무 고마워서?

무사히 건강하게 여행을 마치게 된 것이 감사해서?

그것도 아니면

여행이 벌써 끝나게 된 것이 아쉬워서?

 

글쎄... 잘 모르겠다.

다 그런 것 같지 않으면서도, 다 그렇지 않다고 하기도 좀...

(아내도 그러했으리...)

 

 

 

 

인천공항에 내려졌다.

1년 만에 좀 더 정확히 말하면 11개월 만에 다시 한국 땅을 밟았다.

 

평생 규칙적인 계절변화에 순응해 살다가, 한동안 불규칙적으로 계절을 넘나들다 와서 그런지

한국의 겨울이 몹시 춥게 느껴졌다.

이제 마지막 기착지라는 생각에 공항은 왠지 쓸쓸함이 베어난다.

 

마중나온 친구를 만났다.

마중나올 필요 없다고 그렇게 했거늘, 뭐하러 왔냐고 계속해서 타박했지만

공항은 더 이상 쓸쓸하지 않았다.

 

드디어 가족들과의 상봉이 이루어졌다.

 

나의 레게머리를 가족 모두가 소화해내지는 못했지만^^

한국의 겨울이 더 이상 춥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