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세계일주 배낭여행/유럽

2009_09_09 스페인_마드리드 : 매정한 유럽

에어모세 2009. 9. 16. 14:03


물가 타령은 이제 그만하기로 마음 먹었었다.
어차피 우리는 유럽에 왔고, 어쨌든 일정대로 머무를 것이다.

허나...

 


오늘 아침 마드리드로 돌아왔다.
맡긴 짐도 찾고, 이틀 더 마드리드에 머물러야 하기에 처음 그 숙소로 갔다.

뜨아~악...

짐 보관료를 내란다.
하루에 2유로씩 짐 두개니 4유로에 9일, 총 36유로이다.
숙소 직원이야 자기들 룰이 그러니 성실히 일하는 거지만
자꾸만 남미와 비교하게 되는 나에게 있어서 이눔의 유럽은 정말이지...


남미에선 공식 보관소도 아니고 자기가 머문 숙소에다
짐을 며칠씩 맡긴다고 한번도 돈을 요구한 적이 없다.


난 아무 얘기 못들었다고 따졌다.
보관료를 내야 된다고 왜 미리 말 안해줬냐고 했더니
보관 창고에 다 써있다며 오히려 완고하게 나온다.


안되겠다 싶어, 이번엔 작전을 바꿔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깎아달라고 했다.
결국 25유로에 합의 봤다. 우리 돈으로 45,000원이다.
그 돈이면...
또 남미 생각이 절로 난다.
돈도 돈이지만, 왠지 유럽은 매정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오늘은 축구광인 아내를 위해 레알 마드리드 홈구장에 구경갔다.
게임이 없는 날엔 구장 내부 투어가 있다고 들어서 매표소를 찾아 가보니
입장료가 20유로다. 순간, 오늘 축구 경기가 있구나 생각했는데
투어 입장료가 20유로인 것이다.
단순히, 경기도 없는 빈 축구장 들어 갔다 나오는데 말이다.


축구에, 아니 스포츠 게임의 승부에 열광하는 것에 전혀 관심없는 나로서는
정말 어이 없을 수 밖에...
( 난, 보는 거든 하는 거든 스포츠 게임을 좋아 하는 편이다.
  하지만 승부에 집착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


그래도 언제 와보겠는가 싶어 표를 사려하니
아내가 말린다. 좀 전에 짐보관료 깎으려 애쓰던 내 모습이 측은했었나 보다.
그렇게나 좋아 하는 축구의 최고 명문 팀인데...
그렇게나 좋아하는 호나우두가 활약하는 팀의 구장인데...

 


누구는 수십억 짜리 연봉으로 호사를 누리고
누구는 수십원 짜리 면봉으로 귀나 후비니... 쩝... ㅋㅋㅋ

 

 

 

 

 

 

발품을 팔아
웅장하고도 화려한 왕궁을 거쳐
시내 여기 저기 구경을 하고
돌아 오는 길에 은행 ATM 기계에서 돈을 인출했다.
곧 가벼워지겠지만 두꺼워진 지갑에 손을 얹으니... 흐뭇하다^^

 

비용을 아끼느라 고생하는 아내에게 과감하게 외쳤다.
" 우리 고기 먹으러 가자!
  요 밑에 맥도날드에 1유로 짜리 햄버거 판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