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세계일주 배낭여행/중동

2009_12_08 시리아 : 여행과 만남 2

에어모세 2010. 2. 25. 16:34

 

생각지도 못했는데, 터키에서 많은 한국인들을 만났다.

카파도키아 괴레메에서도 그렇고

이스탄불에 머무는 동안도 많은 이들을 만났다.

 

이스탄불의 숙소는 한국인이 현지인과 동업으로 운영하는 호스텔로

새로 개장하여 최근에 한국인 여행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많이 난 곳이었다.

우리도 그 입소문을 듣고 찾아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많은 이들을 접하게 된 것이다.

 

사연과 배경도 다양하다.

잠깐 휴가를 내어 다니러 온 사람부터

유럽을 여행왔다가 들른 이들, 중동을 거쳐 들른 이들,

심지어 우리보다 더 오랜 기간과 더 많은 곳을 거쳐 온 이도 있었다.

 

다양한 이들로부터 다양한 여행 스토리를 듣는 것은 꽤나 즐거운 일이다.

서로의 경험과 정보를 나누는데, 와인이나 맥주가 곁들여 진다면 한층 유쾌한 자리가 되곤 한다.^^

 

이렇게 여행 중 한국인과의 만남이 대부분 즐겁고 반갑지만

간혹 자신의 여행의 내공을 과시하기 바쁜 이들을 접하기도 한다.

 

사실 여행이라는 것이

주관적인 계획과 의도에 따라 이루어지고, 주관적인 느낌으로 남게 되는 것이므로

객관적인 내공을 운운하는 것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여행이라는 것이

비용과 시간 등, 여건에 자유롭지 못한 많은 이들의 선망이므로

여행이 시간과 공간의 양적인 기준으로 비교되어 지기도 한다.

 

얼마나 오랜 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곳을

어떻게 여행했는 지가

다양한 여행 이야기의 소재가 되어 즐거운 만남이 되기도 하고

 

아주 가끔은 그것들이 과장과 과시가 되어

그다지 즐겁지 못한 만남이 되기도 한다.

 

 

암튼, 터키에서 뿐만 아니라

그동안의 많은 지역에서 만난 한국인 여행자들을 통해 우리 부부는

반가움을 나누고, 유쾌한 이야기를 들었고, 유용한 정보를 얻었다.

그들 모두에게 고마울 뿐이다.

 

 

 

 

어젯밤 7시에 이스탄불 버스터미널에서 안타키아행 버스에 올랐다.

터키의 동북쪽 끝에서 터키의 남쪽 끝으로, 밤을 세워 그야말로 터키를 종횡 가로 세로 질러,

오늘 오전 10시 경 안타키아에 도착했다.

 

안타키아 터미널에서 한국인 여성 2명을 만났다.

우리도 반가웠지만 그들이 너무나 우리를 반긴다.

유명 관광도시에는 한국인들이 넘쳐나지만 이곳 인근에서는 한국인들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단다.

 

그녀들은 여기서 멀지 않은 터키 동남부 지역에서 선교활동을 하는 선교사라고 했다.

무비자로 체류할 수 있는 3개월이 만료 되어,

한국에 갔다 오기에는 비용이 많이 들기에 대신 인접국 시리아에 갔다 오려 하는 것이었다.

그녀들은 언뜻 보기에도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나는 기독교의 해외 선교를 긍정적으로 보진 않지만

이들 선교사들의 순수한 열정과 휴머니즘은 정말로 대단한 것 같다.

 

 

 

1시간 가량 기다려 시리아 다마스커스 행 버스로 갈아탔다.

현지인들은 터키 안타키아를 하타이(Hatay), 시리아 다마스커스를 삼(Sam) 이라 부른다.

 

 

 

 

터키와 시리아 국경에서 다시 출입국 수속을 거쳐야 했는데

다시 시리아 비자를 받아야 했고 그만큼의 비용을 또 지불해야 했다.

육로이동이 몸은 몸대로 피곤하고 시간도 많이 걸리고 부수적인 비용이 많이 들지만

그래도 항공편 보다는 비용이 적게 든다.^^

 

 

어제까지만 해도 안타키아에서 세시간 정도만 더 이동해

시리아의 알레포에서 하루 머무르 려고 했다.

체력도 안배하려는 생각도 있었고, 지난번 시리아에서 충분히 머물지 못한 아쉬움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을 한 시라도 아끼고자,

무리를 해서라도 오늘 안으로 요르단 암만까지 갈 생각으로 시리아 다마스커스행 버스에 다시 오른 것이다.

 

 

국경을 넘어 시리아에 접어들고

알레포, 하마, 홈스, 다마스커스에 이르는 지리한 여정이 다시 시작되었다.

 

지루한 버스에서 지루함을 달래준 것이 있었으니, 바로, 동승한 시리아인 가족의 아이들이다.

( 두 달이 넘게 지나 버린 지금 이 시점에서, 안타깝게도 그 꼬마들의 이름이 기억나질 않는다.^^ )

 

처음에는 우리가 쳐다보면 수줍게 웃으며 얼굴을 돌리더니

계속되는 우리의 관심에 웃으며 빤히 쳐다본다.

 

너무 귀여워 우리의 아껴둔 비상식량(?)인 과자를 건넸더니 너무나 좋아라 한다.

 

어느 정도 우리에 대한 경계심이 사라지고 친해졌다고 판단 했는 지,

급기야 먼저 우리에게 다가 온다.

스스럼 없이 다가와 장난을 치기도 하고 자신들의 장기를 자랑하기도 한다.

 

우리가 잠시 눈을 붙이려 하면 발을 툭툭 건드리며 자신들과 계속 놀아주길 요구한다.

 

처음엔 너무 귀여웠는데, 점차 한편으로 귀찮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서로 지루함을 달래 준 좋은 친구가 되어 주었다.

 

우리의 눈으로 볼 때, 척박한 땅, 척박한 환경이지만

부디 평화로운 환경에서 순수하게 자라길 빈다.

 

 

 

 

버스가 어느 휴게소에 정차하기에

허기도 채우고, 장시간 앉아 있던 자세를 펴고자 차에서 내렸다.

 

누군가 다가오더니 어눌한 영어로 말을 건다.

피차 어눌하기는 마찬가지인 영어로 대화를 더듬 더듬 이어갔다.

 

내용인 즉슨,

자기가 탄 차에 우리의 친구로 보이는 여성 2명이 탔는데

국경에서 무슨 문제가 있었는 지 오랜 시간을 끌더라..

그 버스에 다른 승객들이 있고 시간 일정이 있기에 그 둘은 그냥 그곳에 둔 채, 버스는 떠났단다.

그 버스도 우리가 탄 버스와 마찬가지로 이 곳 휴게소에 정차한 것이다.

 

바로, 안타키아에서 만났던 분들임을 직감했다.

걱정이 많이 되긴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가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부디 아무일 없기를 또 한번 빌 뿐이다...

 

 

 

 

또 밤이 찾아와 어둠이 내렸다.

드디어 다마스커스에 도착했다.

하지만 아직 목적지에 다다른 것이 아니다.

요르단 암만으로 가야한다.

 

우리가 내린 터미널과 암만행 버스를 타는 곳은 다르다.

일단 그 곳까지 이동하기 위해 소란한 터미널을 차분히 둘러본다.

 

호객 택시기사들의 온갖 호객행위를 뚫고 가는데

한 시리아인의 도움으로, 다른 터미널로 저렴한 노선 버스로 이동하고

요르단 암만행 정규버스는 늦은 시간이라 끊겼지만, 세르비스를 타는 곳 까지 안내받아 갔다.

 

자기 시간을 할애해 친절하게 안내해 준 이는

고맙단 말도 제대로 못했는데 정신없는 사이에 그냥 가버렸다.

 

다시한번 느끼는 거지만, 택시기사를 비롯한 여행객들을 상대하는 몇몇을 제외하고,

시리아인들은 정말 친절하고 사람 좋다.

 

 

 

다시 밤을 뚫고, 시리아와 요르단 국경을 넘어 요르단 암만에 밤 11시가 넘어 도착했다.

물론 국경에서 시리아 출국세와 요르단 비자 수수료 때문에 어김없이 우리는 지갑을 열어야 했다.

 

처음 요르단에 들어와 묵었고, 우리가 짐을 맡기고 출발한 숙소로 돌아왔다.

늦은 시간이지만 주인장 알리가 반갑게 맞아준다.

 

튀니지에서 호스텔닷컴 사이트를 통해 예약하고 왔었는데

너무나 안 좋아 후회했지만, 짐을 맡겨 놓은 지라 어쩔 수 없이 다시 찾게 된 것이다.

어차피 하룻밤이니...

잠깐 쉬고 내일 아침 일찍 이스라엘로 넘어 갈 것이다.

 

우리의 계획을 듣던 숙소 주인장 알리는

국경까지 택시가 없다느니, 교통이 불편하다느니 하며 자기가 국경까지 가는 차를 소개해준단다.

이틀간의 피곤한 이동을 하고 자정이 넘어가는 시간에 내일 아침의 일이니

그냥 그러기로 했다.

 

(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알리 라는 이 친구, 겉으로는 친절한 것 같지만 아주 음흉하고 사악한 친구다.

  호스텔닷컴 사이트에 자기 숙소 이용후기를 조작하고, 우리에게도 두번씩이나 일반택시보다 비싸게 돈을 받아 먹었다.

  당시에는 화가 치밀어 욕을 해댔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돈은 좀 더 들었어도, 그 친구 덕분에 고민 많이 안하고 편하게 다닌 것 같기도 하다.^^ )

 

 

 

낡고 허름하기 짝이 없는 최악의 숙소이지만

내일을 위해 피곤한 몸을 뉘었다.

너무 피곤한 탓일까 오히려 잠이 오지 않는다.

 

지난번 시리아 다마스커스에 함께 지냈던 팔레스타인 친구 이샤 부부가 생각난다.

이 친구, 헤어질 때 연락처 쥐어주며 이 곳 암만에서 다시 만나자고 했는데...

 

 

꼬박 하루를 넘겨 이동하는 동안 특정한 곳을 둘러 보지는 못했지만

여러 사람을 만나고 생각나게 하는 또 다른 여행의 하루가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