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세계일주 배낭여행/중동

2009_12_09 이스라엘&팔레스타인_예루살렘 : 이스라엘에서 띄우는 편지

에어모세 2010. 2. 28. 01:57

 

 

TO : 생명교회 교우님들께...

 

안녕들 하신지요?
별일들은 없으신지요?
서로 원할 때 바로 연락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결코 상투적일 수 없는 인사입니다.
정말로 잘들 지내시는 지 궁금합니다.

 

지금 여기는 이스라엘의 예루살렘입니다.
이스라엘의 현재 수도일 뿐만 아니라
성서적으로나 역사적으로 가장 의미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제가 중동의 마지막 여정으로 이 곳을 선택하게 된 것은
크리스천으로서의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이스라엘을 앞서 방문하게 되면 다른 중동국가에 방문하기 어렵다는,
단지 그 이유에서 였습니다.

 
여권에 이스라엘 입출국 스탬프가 있으면
시리아, 레바논, 이란 등의 나라에 입국할 수가 없습니다.
( 모두 가보고 싶었으나 결과적으로는 위 세나라 중에 시리아만 들렀습니다. )

 

 

오늘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서 시작된

요르단에서 이스라엘로 입국하는 과정은 참으로 힘들고 어처구니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이스라엘에 대한 반감이 없는 사람도, 없던 반감이 생기게 만들어 버리는 절차들이었습니다.

 

입국하는 모든 이들을, 넌 테러리스트야 라고 단정 짓고 대하는 듯,

저를 으슥한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서는 가족 모두에 대한 호구조사부터 시작해서,

시리아에서 했던 행적을 꼬치꼬치 캐묻기도 하고,

심지어 제가 한국에서 월급을 얼마 받았고 재산이 얼마인 지 까지 묻더군요.

 

한 시간 가까이 범죄 용의자 취조 당하듯 하다가 또 하염없이 기다리기를 몇 시간...

그 때 심정은 정말, 내가 이스라엘을 다시는 오나 봐라... 하는 심정이었습니다.

단순히 반감을 너머, 순간적으로 모멸감 마저 들었던 힘겨운 과정을 거쳐

결국엔 예루살렘에 입성했습니다.

 


도착 후 바로,

비아 돌로로사(VIA DOLORASA)를 따라 골고다 언덕에 올라 예수의 무덤 교회에 들렀지만

이스라엘 입국 시의 피곤함은 성지에서의 감격을 꽤나 상쇄시켰습니다.
 

성지라 불리는 곳들에 발 딛고 서 있다는 뭉클한 감격 또한

곳곳에 감시의 눈으로 총을 들고 서 있는 이스라엘 군인들의 모습에

곧 가라앉고 말았습니다.

 

 

 

예루살렘은 기독교, 유대교, 그리고 이슬람 모두의 성지입니다.
종교란 것이, 개인의 영적인 구원과 해방을 통해 공동체의 평화를 지향해야 한다고 믿고 있지만

그 종교와 역사적 배경위에 얽히고 섥힌 이 곳 예루살렘은 분쟁과 대립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얼마전 요르단에서 시리아로 넘어갈 때, 우연히 팔레스타인 젊은 부부와 동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행에 이골이 나기도 했고 사전에 숙지한 정보도 있기에, 사실상 저희가 알아서 할 수도 있었지만,

요르단 출국과 시리아 입국 절차들을 팔레스타인 친구가 앞서서 챙겨주는 친절을 베풀기도 했습니다.
 
심지어는, 당시, 라마단과 더불어 이슬람 최대의 절기 중의 하나인 '하지' 기간이어서 숙소를 구하기 힘든 상황이 되자,

그 친구들과 아파트먼트를 빌려 3일간 함께 지내기도 했습니다.
 
함께 지내면서 이 친구들의 순박하고 친절함에 감동을 많이 받았습니다.
한번은 또, 무슬림과 크리스쳔으로 서로 종교를 밝히며 대화를 하는데,

그 순간 멈칫했던 저와는 달리, 자신은 무슬림이지만 타인의 종교를 존중한다는 그의 말에

또 한번의 감동과 더불어, 편견에 가득 찬 내 스스로가 부끄러워 지기도 했습니다.
 
 
팔레스틴은 성서에 나오는 블레셋을 의미합니다.
언뜻, 골리앗으로 대변되는 호전적이고 거친 이미지로 떠올려 지지는 않는지요?
이스라엘 국기의 큼지막한 별이 상징하는 다윗은, 그럼 평화의 왕이었던 가요?
그 때의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처럼, 팔레스틴은 이스라엘에게 당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가요?
 
우리에게 주입되어 있는 이미지들을 어쩌면 되짚어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절대 깨어지지 않는 게 진리라면, 우리가 진리로 믿고 있는 혹은 진리라 주입된 것들에 대한 의심과 묵상을 통해,

진리를 새롭게 깨닫게 되리라 믿습니다.

이 것은 또한 성서를 대하는 눈과 지평을 더 깊고 넓게 해주리라 믿습니다.

 

 

 

비아 돌로로사를 따라 골고다 언덕으로 향하는 길에서,

팔레스틴인 장사꾼들이 외치는 소리와 그들을 감시의 눈초리로 주시하는 이스라엘 군인들을 보며,
 
어쩌면 인간의 원죄는 분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인간과 인간이, 인간과 자연이 평화롭게 공존하도록 창조되었건만,

그 것을 깨버리고 불신과 자만으로 시작된 분열의 원죄...


 
십자가를, 아니 무겁디 무거운 그 분열의 원죄를 짊어지고 가는 예수가 보입니다.
고통스러운 얼굴에, 상처 투성이 몸에, 타는 듯한 목마름까지...
무기력하고 나약하기만 한 그가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크리스트교의 교회를 지나,
이슬람의 모스크를 지나,
유대교 회당을 지나,
 
아라파트 사진을 걸어 놓은 팔레스틴인 상점을 지나,
매서운 눈초리에 총을 맨 이스라엘 군인을 지나,
호기심에 가득 차 사진찍기에 열중인 관광객들을 지나,
모든 게 낯설고 어리둥절한 우리앞을 지나...
 
벌떡 일어나 모든 상황을 뒤엎어버리고 강력한 왕으로서 다시 예루살렘에 입성을 바라는 이들의 기대를 져버리고,

그저 계속되는 무기력함으로 십자가를 메고 갈 뿐입니다.
 
 
예수가 말라 붙은 입술을 간신히 떼어 힘겹게 말하는 듯합니다.
그저 자기 희생이라는 나약한 방법을 선택한 이유를 얘기합니다.
힘으로의 제압은 또 다른 분열과 대립을 낳을 뿐이라고...

 

그 분열과 대립의 원죄는 중동뿐 아니라 지구 전체를 덮고 있기도 합니다.
 
자기 희생과 사랑을 외면하고 힘을 의지하는, 무지한 인간의 역사 현장마다

예수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은 반복되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 요르단과 이스라엘 국경인 요단강을 잇는 다리,

    요르단에서는 '킹 후세인 다리' 라고 불리고, 이스라엘에서는 '알렌비 다리' 라 부른다. >

 

 

 < 예루살렘 성 >

 

 

 < 예루살렘 성의 입구라 할 수 있는 다마스커스 게이트 >

 

 

 < 예수가 십자가를 짊어지고 갔던 길 - 비아 돌로로사 >

 

 

 

< 비아 돌로로사 길 모퉁이의 이스라엘 군인들 >

 

 

 < 예수가 십자가 선고를 받고 십자가를 매고 출발한 지점에

    한무리의 성지 순례단들이 그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

 

 

 < 예수가 갇혔던 감옥 >

 

 

 < 예루살렘을 중앙에 자리잡고 있으면서 상징이 된 Dome of Rock,

    이 곳은 현재 이슬람 사원이지만, 과거 역사 속에서,

    크리스트교 교회, 유대교 회당이기도 했기에 이 세 종교 모두의 성지이다. >

 

 

 < 예수가 십자가를 매고 가다가 처음으로 넘어진 곳에 세워진 기념 교회 >

 

 

 

 < 십자가를 매고 가던 예수가 어머니 마리아를 만난 곳,

    마리아의 슬픔을 기념하는 교회 >

 

 

 < 구레네 사람 시몬이 예수의 십자가를 대신 짊어진 곳 >

 

 

 < 요기를 하기 위해 들어간 식당 벽 사진 속의 아라파트 >

 

 

 < 골고다 언덕으로 올라 가는 길 >

 

 

 

 < 보라니카 여인이 예수의 얼굴을 닦아 주었던 곳 >

 

 

 < 예수가 두번째로 넘어진 곳에 세워진 교회의 내부 >

 

 

 < 예수가 세번째로 넘어진 곳,

    바라 보이는 교회가 골고다 언덕 >

 

 

 < 골고다 언덕 위의 세워진 예수 무덤 교회 입구 >

 

 

 

 

 < 예수 무덤 교회 내부 >

 

 

 < 예수가 십자가에서 숨을 거두고 처음 내려진 곳 >

 

 

 

 < 예수의 시신이 안장되었던 무덤 >

 

 

 

 < 예수의 무덤 내부를 보기 위해 줄 서 있는 사람들 > 

 

 

 < 아르메니아 카톨릭, 그리스 정교회 등등 각기 다른 조직이 예수 무덤 교회를 관리하고 있고

    그 조직들의 예배가 정기적으로 열린다.

    가끔씩 조직간의 치열한 다툼이 벌어지기도 한단다. >

 

 

 < 예수 무덤 주변의 시장,

    예루살렘 성 안은, 이슬람 지구, 유태인 지구, 크리스트교 지구 등으로 구분되어 있지만

    대부분의 상인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이다. >

 

 

 < 우리가 묵고 있는 숙소 또한 성밖에 있지만 팔레스타인인이 운영하는 곳이다.

    체게바라의 사진이 인상적이다. >